한방울의 방화 흔적도 찾아낸다…'개코' 조사견 폴리

입력 2017-10-21 08:02  

한방울의 방화 흔적도 찾아낸다…'개코' 조사견 폴리

기계가 못 찾는 미량 인화 물질도 '척척'…증거체취견 미르와 활약 기대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살인을 저지르고 화재로 위장하기 위해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불을 내는 방화범들이 하는 생각은 비슷하다. "불에 다 타버리면 증거도 사라지겠지."

실제 화재현장에서 방화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범행에 쓰인 시너나 석유 같은 인화 물질을 감지하는 유증감지기가 있지만 이미 잿더미가 된 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양성한 조사견 '폴리'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키워졌다.




올해 1살, 리트리버 종인 폴리의 무기는 단연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이다.

일반 화재와 달리 사람이 일부러 불을 내기 위해서는 휘발유 같은 인화 물질이 사용된다. 불이 화재현장을 집어삼켰더라도 인화 물질의 흔적은 미세하게 남는다.

폴리는 휘발유나 시너 등 인화 물질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받았다. 기계가 감지하지 못하는 극소량의 인화 물질 흔적도 찾아낼 수 있다. 야외에 노출된 지 오래 지났어도 문제없다.

실제 경찰에서 테스트한 결과 폴리는 0.01㎖의 시너를 흙에 섞은 후 24시간이 지난 시료도 감지해 냈다. 시너 방울이 쌀알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극소량이다.





국내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유증감지기는 이 시료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폴리를 양성한 최영진 핸들러는 "경기북부지역에는 특히 영세 공장 화재가 잦고,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불을 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런 지역적 특색에 맞춰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화재 조사 요원들과 함께 폴리를 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폴리가 투입돼 특정 부분에 반응을 보이면 수사기관은 바로 방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또, 폴리가 반응한 부분의 시료만 채취해 국과수 등 조사기관에서 정밀 조사하면 수사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폴리 같은 화재현장 조사견은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 서구에서는 많이 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첫 사례다.

경기북부경찰청에는 폴리의 선배격인 조사견 미르가 이미 활약 중이다. 폴리가 화재 조사를 위해 키워졌다면 미르는 사람의 시신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체취증거견이다.

올해 3살 벨기에산 '말리노이즈'인 미르는 지난해 6월부터 각종 사건 현장에 투입돼 활약했다. 특히 실종자 수색 작전에서 합동 수색팀이 이틀간 찾지 못한 실종자를 단 2시간 만에 찾기도 했다.





뛰어난 능력 덕에 경기북부 외 타지역에서도 파견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약 1년 4개월 동안 미르는 2명의 귀한 목숨을 늦기 전에 구하고, 8명의 사망자를 찾았다. 올해 초에는 살인자의 도주로를 추적해 수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영진 핸들러는 "폴리는 혼잡한 사건 현장 적응 훈련만 좀 더 하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르처럼 활약할 수 있는 특수목적견으로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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