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3차전 2회 초 만루 홈런 등 6타점 맹활약
"형들에게 내가 배우고, 후배들이 다시 배우면서 두산이 강해졌다"
(창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처음 가을 무대를 밟았던 10년 전, 2007년 스무 살의 민병헌(30·두산 베어스)은 "안타 하나라도 쳐야 하는데"라고 엄살을 피웠다.
10년이 지난 2017년, 두산 야수 중 오재원(32) 다음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가 됐지만 민병헌은 아직도 경기 전에는 "안타나 칠 수 있겠나"라고 몸을 낮춘다.
하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선배들을 보고 배우며 한껏 성장한 민병헌은 이제 두산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됐다.
2007년 한화 이글스와 플레이오프(PO)에서 8타수 2안타(타율 0.250)로 가을 무대 신고식을 무난하게 치른 민병헌은 2017년 PO에서 주인공이 됐다.
잠실 홈에서 1승씩을 주고받은 두산과 NC는 20일 창원시 마산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PO 3차전을 치렀다.
경기 전, 민병헌의 몸 상태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민병헌은 18일 잠실에서 치른 PO 2차전, 6회 말 공격 때 상대 투수 원종현의 공에 엉덩이를 맞았고 꼬리표에 통증을 느껴 7회 초 수비 때 교체됐다.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당일에만 조금 아팠다. 어제 쉬고 나니 통증도 사라졌다"고 말한 뒤 "이러다가 호수비 희생양, 사구로 인한 교체로만 주목받다가 PO를 끝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3, 4차전에서는 공격과 수비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PO 1, 2차전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타점은 없었다. 1차전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NC 중견수 김준완의 호수비에 걸리는 불운도 겪었다.
PO 3차전에서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바람은 통했다.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민병헌은 1-0으로 앞선 2회 초 1사 만루, NC 선발 에릭 해커의 시속 133㎞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을 강하게 밀어쳤다. 타구는 오른쪽 담을 넘어갔다.
58번째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민병헌의 첫 가을 무대 만루홈런이자, 3호 홈런이었다.
경기 뒤 만난 민병헌은 "바깥쪽만 보고 타석에 들어갔다. 땅볼은 치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며 "공을 친 뒤 '최소한 펜스는 맞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은 민병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리 날아갔고, 두산은 민병헌의 만루포로 주도권을 쥐었다.
민병헌은 6회 초 1사 만루에서도 중전 적시타로 2타점을 추가했다. 이날 성적은 6타수 2안타 1홈런 6타점이다.
팀은 14-3 완승을 거뒀고, 민병헌은 데일리 MVP에 뽑혔다.
기분 좋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민병헌은 '10년 전과 지금의 자신, 그리고 두산'을 떠올렸다. 그는 "2007년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섰을 때는 형들을 보고 배웠다. 지금은 팀 후배들이 나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보고 배운다"며 "두산이 자주 가을 무대를 치르고, 후배들이 성장해서 다시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를 치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민병헌을 보면 두산이 강해진 이유를 알 수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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