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상원 표결로 확정…다른 주로도 확산 전망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안락사법의 현실화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빅토리아주의 하원은 20일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위 안락사 허용 법안을 찬성 47표, 반대 37표로 통과시켰다고 호주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이날 표결은 전날부터 26시간의 치열한 장시간 토론이 벌어진 뒤 개인의 소신에 따른 양심투표(conscience vote)로 진행됐다.
그 결과 진보성향 노동당에서 38명의 의원이 찬성을, 6명이 반대표를, 보수 성향인 국민-자유당 연합에서는 반대로 5명만이 찬성하고 3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다음 달 주 상원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으며, 통과될 경우 2019년 발효될 전망이다.
현재로는 상원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안 통과소식에 연방 총리 출신으로 정치성향이 다른 폴 키팅(노동당 소속)과 토니 애벗(자유당)은 한목소리로 안락사법안을 수용하지 말 것을 빅토리아주 상원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이 법안은 18세 이상으로,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불치병을 앓아 생존 기간이 12개월 이하면 치사량의 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이 약을 스스로 투여 못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의원들과 의료인 사회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있었으나 지난해 대니얼 앤드루스 주총리가 선친의 암 투병을 지켜보며 지지 쪽으로 입장을 선회, 안락사법 입법은 급물살을 탔다.
호주에서는 1996년 북부준주(NT)에서 세계 최초로 안락사법이 발효됐으나 이듬해 연방 의회에 의해 폐기됐다.
이에 따라 빅토리아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호주에서는 20여 년 만에 다시 법제화하는 셈이고, 이런 움직임은 다른 주로 확산할 전망이다. 빅토리아주의 경우 북부준주와 달리 연방 의회가 이 법을 폐기할 수 없다.
남호주주(州)에서는 안락사 입법을 위해 그동안 10차례 이상 법안이 제출됐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현재 캐나다와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안락사나 조력사가 법으로 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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