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에는 없는 폐질환·면역질환 관련 물질 분비 증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전자담배가 폐에 해로운 점이 일반담배와 거의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일반담배 흡연자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유해 가능성까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팀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흡연자, 비흡연자 등 44명의 타액과 호흡기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흡연자 모두 타액에서 산화 스트레스 및 폐 질환관련 방어기제의 활성화를 보여주는 생체지표가 증가했다.
또 '뮤신5AC'를 비롯한 점액성분도 양쪽 모두에서 증가했다. 이런 성분의 과잉 분비는 만성 기관지염, 천식, 천명(숨쉬기 힘들어 쌕쌕거리는 증상), 기관지확장증 등과 관련 있다.
그런데 일반담배 흡연자에서는 없는 독특한 면역 반응 유발체가 전자담배 흡연자의 기도와 타액에서 발견됐다.
'호중성 과립구'와 '호중구 세포외 덫'(NETs) 관련 단백질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병원체에 신체가 대응하는 과정의 산물이긴 하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낭포성 섬유증, 만성폐색성폐질환(COPD) 등 염증성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NETs는 폐 이외의 부위에선 혈관을 비롯한 여러 신체 기관 조직의 내피세포와 상피세포의 죽음과도 관련 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NETs의 발견은 전자담배 흡연이 루푸스병, 건선, 맥관염(脈管炎) 같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한 만성 염증성 질환까지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자담배가 나온 지 오래 되지 않아 유해성 연구도 시작단계에 있어 일반담배에 비해 '더 안전한지' 여부를 놓고 혼란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추가 증거"라고 밝혔다.
또 전자담배만의 독특한 인체 면역반응 유발 효과가 있어 일반담배엔 없는 유해성이 있을 가능성까지 나타나 전자담배로 교체하는 게 더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2011년~2015년 사이에 미국 고교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이 9배로 뛰고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6년부터 전자담배도 감독대상에 포함했다.
이달 초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전자담배 속 니코틴이 혈관을 뻣뻣하게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엔 미국 코네티컷대학 연구팀은 니코틴을 함유한 전자담배가 필터로 거르지 않은 일반담배만큼 해롭고, 비(非)니코틴성 전자담배의 증기는 필터로 거른 일반담배만큼 DNA를 손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이른바 액상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최근에 나온 궐련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고 찌는 것이어서 일반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고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시판 기간도 매우 짧고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아직 중립적인 학자들의 본격적인 연구결과는 사실상 나오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대학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흉부학회(ATS)의 학술지 '미국 호흡기·중환자 의학 저널'(AJRCCM)에 지난 18일(현지시간) 실렸다.[http://www.thoracic.org/about/newsroom/press-releases/resources/ecigarette-health-harms.pdf]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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