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도 속도조절 불가피 가능성…삼척·당진 4개 호기가 '시금석'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로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의 '탈석탄 시나리오'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현재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탈석탄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5기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되, 국내 최고 수준의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환경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탈석탄 정책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내용은 아직 인허가를 받지 못한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SK가스[018670] 등이 추진하는 당진에코파워 1·2기와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는 삼척화력 1·2기가 대상이다.
정부는 강압적으로 연료 전환을 추진하지 않고 업체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기업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전혀 다르다.
정부가 사실상 방향을 정해 놓고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해당 민간 업체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고 진행하던 석탄발전 사업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한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기존 관례와 달리 정부가 석탄발전 인허가 최종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방침은 이미 확고하게 굳어진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진에코파워와 삼척화력은 각각 2012년 12월과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는 등 수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진에코파워는 이미 최종 인허가 단계인 전원개발실시계획추진위 승인까지 받았다. 관련 사실을 관보에 고시하는 절차만 남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고시가 지연됐다.
삼척화력은 애초 지난해 7월까지가 공사계획 인허가 기간이었지만 행정업무와 인허가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작년 연말까지 연장됐다.
다시 지난 6월 30일까지 추가 연장됐고, 지난 7월에 또 6개월 재연장됐다.
당진에코파워는 지금까지 약 4천억 원, 삼척화력이 약 5천600억 원을 투자했다.
민간 발전회사들은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계획을 바꾸는 데 큰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들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는 입지 조건부터 다르다고 지적한다.
민간 발전회사가 이미 확보한 발전소 부지는 원활한 석탄 공급을 위해 바닷가에 있지만 LNG발전소를 지으려면 도심 인근 부지를 새로 구해야 한다. 송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LNG발전소의 사업성이 석탄발전소보다 낮은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력체계는 발전 연료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먼저 돌리고 그래도 전력이 부족하면 연료가 더 비싼 LNG발전소를 가동하기 때문에 LNG발전소는 석탄발전소보다 가동률이 낮다.
지역 주민의 반발도 거세다.
삼척상공회의소·삼척시사회단체협의회는 삼척 석탄발전소를 원안대로 지어달라며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이는 정부 강제사항이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전소 건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아파트 3천여 세대와 숙박업소가 지어지는 중인데 건설이 지연되면서 투자에 대한 이자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날 삼척에 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을 경우 지역경제 재건 희망이 사라져 '죽은 도시'가 된다는 의미로 상여를 메고 곡을 하며 행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번 공론화 과정에 급격한 탈원전 반대 여론이 반영돼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듯, 삼척·당진 석탄발전소도 업계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토대로 예정대로 건설이 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빠르게 진행되던 탈원전이 정책 보완과 함께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탈석탄 정책의 경우도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 대상 프로젝트는 모두 정부의 허가를 받고 추진된 사업"이라며 "정부 정책의 신뢰 차원에서라도 이번 안만큼은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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