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부패한 독재자로 비난받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을 WHO 친선대사로 임명키로 했다가 비판론이 제기되자 임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가베 대통령을 친선대사로 임명하기로 결정한 것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곧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신문들과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비감염성질병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아프리카의 심장마비와 천식 등을 퇴치하기 위해 무가베 대통령에게 친선대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국 등 WHO 주요 회원국들은 물론 28개 보건의료 및 인권 단체들이 충격과 분노에 빠져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무가베 대통령 치하에서 짐바브웨 보건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짐바브웨 운동가인 더그 콜타트 인권변호사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행기 타고 싱가포르로 가는 사람. 왜냐하면 그가 짐바브웨의 보건시스템을 망쳐놓았기 때문. 바로 그런 사람이 WHO 친선대사"라고 비난했다.
독립투사 출신인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집권해온 세계 최장기, 최고령 통치자로 정치탄압과 인권침해, 선거부정을 일삼고 부패에 빠져 나라를 망친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은 무가베와 그의 가족, 측근 등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금지 등의 제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짐바브웨가 아프리카 최대 담배생산국이라는 점을 봐도 무가베 대통령을 친선대사로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으며 이것이 WHO에 대한 지원금 삭감 사태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 출신인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대륙별 대의원 간선제가 아닌 사상 첫 회원국 전체 직접투표에 의해 사무총장으로 선출돼 7월 취임했다. WHO에서 오래 일해온 그는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영국의 데이비드 나바로 전 WHO 에볼라 특사를 제치고 WHO 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은 중국의 지원 때문이다. 중국 외교관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지원금을 무기로 내세워 개도국들을 상대로 테드로스 후보 지원운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 WHO 제네바 본부의 한 서방 당국자는 "이는 중국의 힘이 세지고 서방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하고 "이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징후"라고 한탄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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