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짐바브웨 의견도 들어…가장 도움되는 결론"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부패한 독재자로 비난받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을 친선대사로 임명하려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22일(현지시간) 임명을 철회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며칠 동안 무가베 대통령의 친선대사 임명을 고민한 결과 임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염려해줬던 모든 이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제기된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짐바브웨 정부의 의견도 참고해 WHO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비감염성질병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아프리카의 심장마비와 천식 등을 퇴치하기 위해 무가베 대통령에게 친선대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집권한 세계 최장기, 최고령 통치자다.
정치탄압과 인권침해, 선거부정을 일삼고 부패에 빠져 나라를 망친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의 재임 기간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내몰려 자국 화폐가 휴짓조각이 되자 통화를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짐바브웨 운동가인 더그 콜타트 인권변호사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행기 타고 싱가포르로 가는 사람. 왜냐하면, 그가 짐바브웨의 보건시스템을 망쳐놓았기 때문. 바로 그런 사람이 WHO 친선대사"라고 비꼬았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걱정해주고 의견을 공유해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내가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뒤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건설적인 논쟁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 출신인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올해 5월 치러진 사상 첫 회원국 전체 직접투표에서 아프리카 국가와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비의료인 출신이며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WHO 사무총장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취임 석 달여 만에 무가베 대통령의 친선대사 임명으로 WHO 주요 회원국들과 28개 보건 의료, 인권 단체들의 비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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