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선전전 일환, 트럼프 비판…"러, 북·미 중재자 역할할수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핵 비확산회의' 참가 일정을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23일(현지시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최 국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이 대학 국제관계학부 대학원생들에게 특강을 했다고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전했다.
이날 특강은 대학 측이 최 국장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초청해 이루어졌다.
당초 특강은 공개강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참석 희망자가 많고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학교에서 승인받은 학생들에게만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다.
특강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국장은 강의에서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이 언론매체와 당국자 발언 등을 통해 밝혀온 공식 입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 "조선(북한)은 핵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충분한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은 평화를 원하지만 필요할 경우 미국의 도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화염과 분노', '폭풍 전 고요', '완전 파괴' 등의 대북 강경 발언을 잇달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남북한 통일과 관련해선 "조선은 항상 그래 왔듯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이밖에 러시아가 북한과 미국, 북한과 서방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최 국장은 앞서 20일부터 이틀 동안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비확산회의에서 '동북아 안보'와 '한반도 긴장완화' 세션에 발표자로 나서 "조선(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지속적인 핵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대상으로 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군사훈련과 제재 압박 등으로 조선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6자회담 등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특강을 위해 현지시간 22일 오후 고속열차로 모스크바를 출발해 당일 저녁 8시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이튿날 아침부터 강의했다.
그가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참석에 이어 약 650km나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일부러 찾아가 강연까지 한 것은,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잇따른 제재를 받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선전전의 하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미국 등의 대북 군사 압박과 제재에 반대하며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이 졸업한 곳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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