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특성에 따라 피겨·스피드·쇼트트랙 스케이트 날 '다르게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스케이트 날은 단순한 장비가 아닙니다.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동계올림픽 빙상(氷上) 종목의 트리오인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은 스케이트 날(블레이드)이 부착된 가죽 부츠를 신고 얼음 위에서 경기한다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다.
피겨스케이팅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은 빠른 역주에 중점을 둔다. 쇼트트랙은 상대와 치열한 머리싸움 속에 누가 더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느냐가 경기의 목적이다.
경기의 목적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 종목의 장비들도 서로 다르게 진화했고, 가장 발전한 것이 얼음과 직접 맞닿는 부분인 스케이트 날이다.
다양한 방향 전환과 점프가 필수인 피겨스케이팅의 날은 짧고 두껍고 톱니가 달렸고, 빠른 직진 주행이 생명인 스피드스케이팅의 날은 얼음과 마찰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경기의 80% 이상을 곡선으로 달려야 하는 쇼트트랙은 원심력을 줄이려고 날의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고 휘어지게 됐다.
◇ 피겨스케이팅 '톱니와 에지' = 피겨는 흔히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부른다. 음악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율동은 물론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점프와 스핀 연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서다. 연기하는 동안 방향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만큼 스케이트 날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스케이트 날 앞쪽에 톱니 모양의 토(toe)가 달려있고, 두께도 4~5㎜로 두껍다는 것이다. 얼음을 찍고 도약하기 위한 장치다.
날은 평평하지 않고 중앙에 홈이 파여 있어 양쪽 가장자리가 솟아있는 모양이다. 이를 에지(edge)라고 한다. 에지 덕분에 선수들은 얼음 위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 스피드스케이팅은 날이 분리되는 '클랩' = 400m 트랙을 도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날은 직선주로가 많기 문에 일자로 곧게 뻗어 있다. 폭도 1~1.4㎜로 좁고 길이도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과 비교해 길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목표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 장비는 오직 '스피드 업'에 맞춰 발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장비가 '클랩스케이트'다. 스케이트 날이 부츠에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고 스텝을 옮길 때마다 스케이트 날의 뒷부분이 분리된다.
이 때문에 질주할 때마다 '탁탁'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클랩(clap)스케이트'라는 명칭이 생겼다. 클랩스케이트 덕분에 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 위에서 떨어지지 않아 끝까지 빙판에 힘을 줄 수 있어 속도를 붙이기 쉽다.
1995년 처음 선을 보인 클랩스케이트를 신은 네덜란드 선수들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휩쓸면서 이제는 모든 선수에게 일반화됐다.
◇ 쇼트트랙 '휘어지고 왼쪽으로 쏠리고' = 111.12m의 코스에서 경쟁하는 쇼트트랙은 상대방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좁은 트랙에서 상대를 추월하려면 코너링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이 때문에 쇼트트랙의 날은 피겨스케이팅 및 스피드스케이팅과는 달리 코너링에 최적화돼 있다.
날의 두께는 스피드스케이팅보다 조금 두꺼운 1.2~2㎜ 정도다. 더불어 배정된 트랙 없이 오픈 경기로 뛰다 보니 안전을 위해 날의 뒤끝이 둥글게 깎여있다.
트랙 길이의 50%에 가까운 53.81m가 곡선 구간인 쇼트트랙의 특성 때문에 날이 코너의 방향에 따라 왼쪽으로 휘어있다. 이를 '벤딩'이라고 한다.
곡선에서는 얼음과 마찰을 줄여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스케이트 날의 중심부를 볼록하게 남기도 앞과 뒤쪽을 둥글게 깎아낸다. 이를 '로그'라고 한다.
또 선수들이 곡선 구간에서 왼쪽으로 몸이 기우는 만큼 몸의 균형을 잡는 차원에서 스케이트 날도 부츠의 중심선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치게 달리는 것도 특징이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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