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과 함께 현역 최다 '금 6개'…선발전 탈락으로 현재는 대표 제외
"운동하는 워킹맘 쉽진 않지만…자랑스러운 엄마 되고 싶어 계속 도전"
(진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예전에는 그냥 '엄마 축하해'라고 했다면 지금은 '엄마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잘했네, 축하해'라고 조목조목 얘기해요."
조금 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검객'은 칼을 놓고 나오자마자 '엄마'가 됐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펜싱 경기가 열린 22일 진천 충북체고에서 만난 펜싱 스타 남현희(36)의 얘기다.
엄마 손을 잡고 함께 나온 공하이(4)양은 엄마가 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엄마, 지난번에도 금메달 땄잖아. 우리 집엔 메달이 100개 넘게 있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딸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남현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펜싱의 간판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펜싱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6개로 수영의 박태환과 함께 현역 선수 최다 금메달을 보유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사실상 선수생활의 막바지를 장식할 큰 대회로 여기고 있다.
남현희는 "태환이도 잘했으면 좋겠지만, 제가 금메달을 따서 최다 보유자가 되면 비인기 종목인 펜싱이 한 번 더 주목받고 저 자신에게도 자랑스럽게 칼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서 작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그렇고 계속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선수생활을 얼마나 더 할진 모르겠지만, 다음 아시안게임을 마지막 목표로 여기고 잘 장식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길은 쉽지 않다. 남현희의 세계랭킹은 8위로 한국 여자 플뢰레 선수 중 가장 높지만, 국내대회 3개 결과로 가려지는 올 시즌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 추후 평가전 등을 통해 기회를 노려야 한다.
남현희는 "몸이 아픈데도 그동안 대표로 선발되고 성적을 내다보니 무리를 많이 했는데, 이를 계기로 회복 단계를 거치고 몸 관리를 하자는 마음이 크다"면서 "기회가 오면 잡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며 운동선수로서 성과도 포기할 수 없어 최근 몇 년간 남현희는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였다. 몸에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전국체전에도 그는 찢어진 허벅지 근육을 안고 뛰었다.
남현희는 "'워킹맘'인 데다가 운동을 하니 집중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국내에 아이를 키우는 여자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한 사례가 없어서 무턱대고 도전했는데, 이젠 많이 망가진 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표팀에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랭킹이 있으니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관리할 수 있게 해주시면 자신이 있는데, 이룬 것에 대한 우대를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니 아쉬움이 있다"고도 말했다.
22일 열린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단체전에서 그는 오하나, 송아영, 홍효진과 함께 성남시청(경기)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그의 13번째 전국체전 금메달이다.
남편 공효석(30)도 전국체전 사이클 개인도로 종목에 26일 출전한다.
남현희는 "선수들이 각자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따낸 금메달이라 뿌듯하다. 남편도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이가 운동을 한다면 어느 종목이면 좋겠냐'고 묻자 그는 "사이클은 너무 힘들고 부상 위험이 커서 남편이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면서 "펜싱은 동작을 곧잘 따라 하는데 만약에 좋다고 하면 저처럼 플뢰레를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림을 좋아하니 디자인을 공부해도 좋고, 외국에서 공부하며 외국어로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다양한 진로도 자연스럽게 열리지 않을까"하며 웃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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