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당 개헌지지 많다"…자민·공명·희망의당 합, 최소 371석
입헌민주당 축으로 개헌 반대세력 결집가능성…저지하기엔 '한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중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압승하자마자 개헌에 우호적인 '희망의당'에 추파를 보내는 등 본격적인 개헌몰이에 나선 탓이다.
야권에서도 개헌저지를 위한 재개편론이 점화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세력 부족이 역력해 보인다.
◇ 아베, 희망의당에 '개헌연대' 시사…개헌 추진에 속도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여권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 방송사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희망의 당 여러분은 헌법개정에 긍정적이다. 건설적인 논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선거기간엔 적(敵)이었지만, 개헌에 우호적인 보수 정당인 희망의당과 개헌을 공통분모로 해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추파였다.
그는 같은 날 NHK에 출연해서도 자신이 제안했던 개헌안(자위대 존재 명기)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개헌추진본부 간부는 "공약은 국민과 한 약속이다. 신속하게 실현해야 한다. 1보 전진이다"라고 지원사격했다.
자민당은 당 공약에 개헌 추진 내용을 넣고서도 정작 중의원 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반발을 우려해 개헌 이야기를 되도록 꺼내지 않으나, 압승 이후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총선 결과를 전하며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과 희망의 당, 일본 유신의 회를 모아 '개헌세력'으로 소개했다. 아직 4곳의 당선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개헌세력은 전체 465석 중 79.8%인 371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전날 TBS에 "폭넓은 합의 형성이 중요하다. 제1야당의 이해를 얻어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은 의석수가 35석에서 29석으로 줄어들어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아울러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낮은 상황이라는 점도 개헌 추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교도통신의 출구조사에서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1.0%나 됐다. '신뢰한다'(44.1%)보다 컸다.
◇ 야권 핵심축으로 부상한 입헌민주당…개헌저지 결집 시도
여권에서 개헌 논의가 벌써 시작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이 된 입헌민주당을 축으로 반(反)개헌세력이 뭉칠 것이라는 야권 개편론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희망의당의 선거 참패 후 선거 과정에서 3개로 분열했던 민진당의 재결집 모색이 무소속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선거 전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의 희망의당 합류 결정 후 희망의 당 합류파, 리버럴(자유주의)계가 창당한 입헌민주당, 무소속파로 찢어져 이번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희망의당 합류파는 무더기로 낙마했으며 입헌민주당은 선전해 희망의 당을 꺾고 제1야당이 됐다. 무소속파도 21명의 출마자 중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민진당 대표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등 19명이나 당선됐다.
오카다 전 대표의 경우 유세에서 "선거 후 다시 한 번 야당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일찌감치 야권 재개편론을 제기했었다.
여기에 마에하라 대표는 희망의 당이 참패하자 참의원 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포함한 민진당의 희망의 당 합류 추진 방침을 변경해 "일단 중단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희망의 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민진당 출신자는 42명이나 된다.
입헌민주당의 당선자(54명)와 희망의 당의 민진당 출신자들, 민진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를 합하면 115명으로 세력이 커진다.
입헌민주당이 예상외의 선전을 하며 향후 야권의 핵심축으로 부상하자, "'고이케 극장(劇場)'의 주역은 입헌민주당"(아사히신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이케 극장은 고이케 지사의 이미지 정치를 극장에 빗댄 표현이다.
도쿄신문은 개헌에 반대한 입헌민주당이 의석을 크게 늘린 것이 개헌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하며 "여당이 국회에서 개헌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려한다면 (개헌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이야기할 논객들의 진영을 갖춰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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