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100m 한국기록 깬 자부심으로 32년 묵은 200m 기록 경신 도전
(충주=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초 6대는 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의 '인간탄환'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의 얼굴엔 이틀 연속 안타까움이 남았다. 우승의 기쁨보단 기록의 아쉬움 탓이다.
김국영은 23일 충북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일반부 200m 결승에서 20초 9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전날 100m(10초 03)에 이은 두 종목 연속 석권이다.
이재하(서천군청·20초 995), 박봉고(강원도청·20초 997) 두 강자를 간발의 차로 제친 기분 좋은 역주였다.
전날엔 기준 풍속(초속 2m)을 초과한 강한 뒷바람(초속 3.4m)이 문제였다면 이날도 그 바람이 김국영의 기록에 훼방을 놓았다.
200m는 본부석 맞은편에 있는 3코너 지점에서 출발한다. 곡선주로를 돌아 4코너 직선 주로를 타고 결승선에 골인한다.
전날 강력한 뒷바람이 이날은 코너를 돌던 김국영의 얼굴을 내리쳤다. 전날에는 뒷바람이었지만, 이날은 뛰는 방향으로 불어오는 앞바람(초속 0.9m)이었다.
김국영은 "도저히 기록을 낼 수 없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바람이 덜 불던 예선에서 쉬엄쉬엄 뛰면서 20초 99를 기록한 김국영은 결승에서 기록 줄이기에 도전했으나 0.09초를 단축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김국영은 "지구력 훈련 덕분에 후반부 레이스에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새로운 주법이 맘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국영은 100m에서 스타트보다 50m 후반 스퍼트 가속력을 높이는 주법을 이번 전국체전에서 시험 중이다.
그는 "400m를 4명이 이어 달리는 1,600m 계주를 준비하면서 지구력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내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00m를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번 대회 2관왕을 달성한 김국영은 "소속팀 동료들이 200m만 우승하면 계주 두 종목에서 우승해 4관왕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격려해줬다"면서 남은 400m 계주와 1,6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김국영은 2년 전 전국체전에서 4관왕에 올라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 2010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예선과 준결승에서 10초 31, 10초 23을 거푸 찍어 마(魔)의 '10초 34'에 31년째 묶여 있던 100m 한국기록을 깬 김국영은 올해 이 기록을 10초 07로 줄여놓았다.
그 자부심으로 200m 한국기록도 깨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 부문 한국기록은 장재근 화성시청 육상단 감독이 1985년 세운 20초 41으로 32년째 독보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2000년 이래 작성된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전덕형(2010년)과 박봉고(2016년)의 20초 65다.
김국영은 "200m 기록도 꼭 깨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장재근 선생님이 그때 너무 잘 뛰셨다"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소속팀 박태경(37) 플레잉코치와 심재용 감독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국영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지난 동계훈련 때 박 코치와 100m 10초00대 진입을 목표로 했고, 실제 10초 07을 기록해 1차 목표를 이뤘다"면서 "박 코치가 내년 9초대 진입을 목표로 올해 동계훈련 때 따뜻한 지역에서 시즌에 버금가는 훈련을 하자며 '각오하라'는 말을 전했다"며 또 한번 단내나는 겨울을 보낼 것 같다고 했다.
심 감독에겐 "감독님이 자비를 털어서라도 내게 피지컬 트레이너를 붙여주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 말씀 덕분에 이번 대회 전부터 힘이 났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심 감독에게 고마움을 건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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