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양궁 2관왕 구본찬·레슬링 세계선수권 우승 류한수 등 조기탈락
(충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돌아오지만, 체전은 매년 평가받는 대회이니 긴장의 끈을 더 못 놓죠. 올림픽만큼 신경 많이 쓰는 대회라 부담이 큽니다."
'사격 황제' 진종오(KT·부산)가 지난 21일 제98회 전국체육대회 50m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한 말이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 3회 연속 우승까지 달성한 선수의 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만만치 않은 국내 무대의 위력을 실감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양궁 2관왕 구본찬(현대제철·제주)은 23일 청주 김수녕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일반부 개인전 32강에서 김현(공주시청·충남)에게 1-7(29-29 27-29 27-28 29-30)로 져 탈락했다.
구본찬은 올림픽 2관왕 달성 직후 출전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32강전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진 데 이어 2년 연속 32강전에서 쓴맛을 봤다.
앞서 21일에는 올해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우승을 차지한 류한수(삼성생명·대구)가 그레코로만형 71㎏급 준준결승에서 박대건(제주특별자치도청)에게 판정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13년에 이어 4년 만에 정상에 오른 데다 전국체전에서도 2013∼2015년 66㎏급, 지난해 71㎏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강자로 군림해 왔으나 이번에는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결승전 대역전극으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펜싱 남자 에페의 간판 박상영(한국체대·경남)에게도 전국체전은 결코 쉬운 무대가 아니었다.
박상영은 대회 남자일반부 에페 개인전 첫 경기인 예선전에서 김상민(울산광역시청)에게 11-15로 패해 탈락했다.
단체전에도 경남 선발팀의 일원으로 출전했으나 국가대표 정진선, 김승구가 버틴 화성시청에 첫판에서 져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올해 7월 포르투 3쿠션 월드컵에서 생애 첫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등 탁월한 기량을 뽐내며 '당구 천재'로 불리는 김행직(전남연맹/LG 유플러스)은 전국체전 3쿠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1998년생으로 만 19세인 조명우(수원당구연맹·경기)가 결승전에서 김행직을 꺾고 이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이밖에 근대5종 남자일반부 개인전에서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자 정진화(LH·울산)와 계주 금메달리스트 전웅태(한국체대·서울) 등을 제치고 김정섭(울산광역시청)이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등 이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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