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방은진 감독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 담고 싶었다"

입력 2017-10-23 16:53   수정 2017-10-23 17:14

'메소드' 방은진 감독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 담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사랑이 유지되고 변질되고 깨지기도 하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소드'라는 연기 용어의 의미를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 삶을 선택하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 등을 통해 감독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방은진이 네 번째 장편 영화 '메소드'를 선보인다.

내달 2일 개봉하는 '메소드'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인 연극배우 재하와 아이돌 스타 영우가 '언체인'이라는 연극의 주연 배우로 만나 극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 제목에도 사용된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극 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인물의 내면에 완벽히 몰입해 연기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다.

23일 CGV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 감독은 "두 남자 배우와 이 둘을 옆에서 바라보는 한 여인의 이야기"라며 "오래된 사랑의 모습, 사랑하기 때문에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한 여인의 모습, 이게 진짜 사랑일까 착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통해 사랑이 유지되고 변질되고 깨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언체인'이라는 연극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작년 '언체인'의 연출 제안을 받은 방 감독은 연극 연출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사한 대신 '연극의 내용을 스크린 속 연극으로 가져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일방적인 사랑으로 서로 속이고 상처를 주는 강렬한 이야기가 잊히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평소 늘 고뇌의 대상이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극 중 연극 제목인 '언체인'을 영화 제목으로 하려다가 '메소드'로 바꿨어요. 배우들의 연기 방식에서 파생되는 관계의 파열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사실 '메소드'의 정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메소드'라는 연기 용어를 가져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 삶을 선택하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연극 '언체인'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재하와 아이돌 스타 영우의 이야기가 연극 '언체인'과 함께 진행되는 액자형 구조다. 처음엔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두 사람은 극 속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극 중 인물들의 격한 감정처럼 미묘한 기류를 띠기 시작하고 결국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주인공의 격한 감정이 극 중 연극 '언체인' 속 캐릭터를 통해 더욱 강렬하고 생동감 있게 발산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캐릭터, 주연 배우 박성웅과 신예 오승훈의 힘 있는 연기,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음악 등이 돋보인다. 하지만 극 초반 주인공들의 감정변화가 차곡차곡 쌓이지 못한 채 다소 부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은 아쉽다.

주인공을 재하를 맡은 20년 차 배우 박성웅은 "배우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고, 처음 해보는 '퀴어 영화'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욕심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을 자신의 '인생작' 중 하나로 꼽으면서 "나도 영화 '살인의뢰'를 찍을 당시 역할에 너무 몰입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이 작품에서는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웃었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는 두 남자를 곁에서 바라보는 재하의 연인이자 화가인 희원 역은 윤승아가 맡았다.

방은진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라며 "의존적이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내 영화에 나왔던 여성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제작비가 3억원 정도에 불과한 저예산 독립영화로, 20여 일의 짧은 촬영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방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았다.

방 감독은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며 "현장에서 늘 악덕 기업주라고 얘기했는데 기꺼이 착취당해준 스태프들 덕분에 만들어진 영화"라며 웃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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