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상처 부위 신중히 검사하고 경과 관찰해야
물린 상처는 꿰매면 안돼…"합병증 위험 더 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반려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개 물림 사고의 위험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문제를 촉발한 반려견은 '프렌치 불도그'이다. 각종 자료를 보면 이 개는 몸무게 9~13㎏, 키 25~32㎝의 소형견에 해당한다. 지금은 품종이 개량돼 반려견으로 키워지고 있지만, 원래는 투견(鬪犬)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작은 개일지라도 물렸을 때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병원에는 프렌치 불도그보다도 작은 반려견한테 물렸다가 골수염 등의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악화해 치료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팀이 대한성형외과학회지 7월호에 투고한 논문을 바탕으로 개 물림 사고 사례를 의료진의 시각에서 정리해본다.
◇ '스피츠'에 물려 골수염 진단…입원치료만 6주
A(59.여)씨는 왼쪽 엄지손가락을 반려견(스피츠)에게 물려 0.5㎝ 길이의 상처가 난 채로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환자와 반려견은 각각 파상풍, 광견병 백신을 접종한 상태였다. A씨는 찢어진 상처에 가벼운 정도의 압통을 호소했다. X-선 검사에서도 아무런 뼈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환자에게 간단한 상처소독을 한 다음 항생제를 처방하고 퇴원시켰다.
그런데 A씨가 4일이 지난 후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그때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고 홍반과 압통, 관절 결림 등의 증상이 동반돼 있었다. 환자에게 '봉와직염' 진단을 내린 후 세균 배양 검사 후에 입원시켰다.
입원 후 1주일간 정맥주사 방식의 항생제 치료 끝에 A씨의 염증 증상은 개선됐다. 세균 배양에서 어떠한 세균도 나오지 않았다. A씨에게 1주일 치의 항생제를 처방하고 다시 퇴원시켰다.
하지만 A씨가 상처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며 또 진료를 받으러 왔다. 상처 부위는 부어오름, 홍반 등의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결국, 처음 상처가 발생한 후 4주 만에 X-선 검사를 다시 시행해 왼쪽 엄지손가락 끝 부분에 골 감소증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뼈 스캔과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병행한 끝에 '급성 혈행성 골수염' 진단을 내리고 재입원시킨 뒤 5주간에 걸쳐 항생제 치료를 했다. 이후 A씨는 경과가 호전돼 퇴원한 후에도 7주를 더 외래로 오가며 진료받았다. 총 치료 기간 12주가 지나서야 A씨에게 골수염 완치 판정을 내렸다.
◇ '말티즈'에 물린 상처가 골수염으로…완치 판정까지 '1년'
B(34)씨는 기르던 반려견(말티즈)에게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물려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응급실에서의 진단은 손가락 끝 마디뼈의 골절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상처 부위를 1차로 봉합한 후 퇴원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3일 후 A씨가 오른쪽 엄지손가락 피부가 괴사했다면서 병원을 다시 찾았다. 환자를 성형외과로 입원시켰지만, 상처는 더욱 악화했다. 결국, 부상 10일이 지나 전신마취를 하고 부상 손가락 부위에 대한 '괴사조직제거술'과 '개방골절술'을 했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부상 3주 후에는 뼈 스캔과 MRI검사에서 주변 뼈가 서서히 파괴되는 '골용해와 골수염' 증상도 관찰됐다.
B씨에게는 항생제를 5주간 정맥주사하고, 같은 성분의 먹는 약을 7주간 더 처방했다. 1년 후 뼈 스캔 결과 골수염은 완치됐으며, 손가락은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로 회복됐다.
C(43.여)씨도 반려견(아메리칸 에스키모)에게 오른쪽 손바닥(엄지손가락 밑부분의 불룩한 부분)을 물려 1㎝가량 찢어진 채로 병원을 찾았다. 상처 주위에 가벼운 압통을 동반한 홍반이 관찰됐으며, 고름 같은 게 나왔다. 환자를 입원시킨 후 해당 부위를 마취한 상태에서 절개하고 고름을 짜냈다.
급성 혈행성 골수염이 의심돼 항생제를 정맥주사 방식으로 5주간 투여했다. 또 먹는 항생제로 7주간 더 치료했다. 항생제 치료가 끝난 후 3상 뼈 스캔 결과, 골수염은 완치됐고 압통이나 부기 같은 다른 증상은 없었다.
◇ 개에 물린 상처는 꿰매면 안돼…"합병증 위험 더 커"
급성 혈행성 골수염은 미세혈관과 신경, 세포들이 들어 있는 골수에 각종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치료가 오래 걸리고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은 논문에서 골수염이 주로 고양이에게 물린 후 나타나는 합병증이지만, 개에 물려 생긴 골수염은 고양이의 경우보다 치료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에 물린 상처로 골수염이 발병한다면 광범위한 병리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게다가 골수염은 약 2주간의 잠복기가 있고, 상처 부위에 대한 세균 배양에서도 절반에서만 병원균이 나타나기 때문에 골수염 진단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의료진은 "개에 물린 경우에는 초기에 상처 부위를 신중히 검사해야 한다"면서 "초기 검사에서 병원균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의사는 반드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개에 물린 합병증으로 골수염이 의심된다면, X-선 검사와 MRI 검사를 해야 한다고 의료진은 강조했다.
이 논문의 책임저자인 탁관철 교수는 "지금까지 개 물림 사고를 입은 환자를 다수 치료한 경험에 비춰볼 때 개한테 물린 상처는 절대로 상처를 꿰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처 부위가 크거나 미용상 문제로 피치 못해 꿰맬 경우에도 최대한 느슨하게 봉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탁 교수는 "이는 개에 물리는 과정에서 입속에 있던 세균이 상처 부위를 통해 침범할 가능성 때문"이라며 "상처를 먼저 꿰매버리면 세균이 고름 등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인체 내부에 퍼져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