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리 개는 태어나 단 한 차례도 사람을 문 적이 없는 순종 중의 순종인데…대체 왜 그랬을까. 혹시 때리셨어요?"
지난 21일 OCN 주말극 '블랙'의 3회에 등장한 대사다. 회의실에 가만히 앉아있던 주인공에게 불도그가 다가와 정강이를 물어뜯는 사고가 나자 견주가 미안해하면서도 내뱉은 말이다.
이런 경우야말로 공교롭다고 할 상황. 이날은 한 한류스타가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때문에 곤경에 빠진 날이었다. 하필 키워드도 여러 개 겹친다. 반려견, 불도그, 목줄 없이 활보, 정강이 물기.
미리 만들어진 드라마이니 '블랙'의 이 에피소드가 특정 사건을 패러디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치고는 너무 상황이 비슷해 놀라움을 안겼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에피소드보다 견주가 하는 말이다. 반려견 주인들을 통해 흔히 듣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문제는 반려견의 주인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유명 한식당 주인이 이웃집 반려견에게 물린 뒤 사망한 사건으로 연일 시끄럽다. 최근 며칠간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는데 눈치가 보였다"는 반려견 주인들의 토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뒷말이 꼭 따른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 "모든 개 주인은 그렇게 말한다"고 지적하면 "우리 개는 진짜로, 진짜로 안 물어요"라는 '내 말 좀 믿어달라'는 식의 '호소'가 뒤따른다.
연예계에도 애견가들이 많다. 밤이면 침대에서 반려견을 끌어안고 잔다는 방송국 관계자부터, 인터뷰나 화보 찍을 때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는 배우, 반려견과 관련된 사진을 SNS에 부지런히 올리는 가수 등. 반려견에 대해 "사람보다 낫다"는 말부터 "소울메이트"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한다고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내 새끼는 내 눈에만 귀여운 법이다.
'블랙'에서 남자 주인공을 물어버린 불도그는 그에 앞서 자살을 시도하던 여주인공의 목숨을 구했다. 누군가에게는 '사람 목숨 구한 개'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개를 '사람 무는 개'로 만든 것은 개 주인이다. 목줄도 안 하고 입마개도 안 한 채 공공장소에 풀어놓았다. "지금까지 사람을 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났다고 앞으로도 사고가 안 난다는 보장은 누가 해주는 걸까.
한 길 사람 속도 모르는데, 개는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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