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 오른 시진핑…후계지정 안해 '3연임' 가능성
공산당 중앙위원회 시진핑 친위부대 장악…시진핑 '1인 체제' 현실화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24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키워드는 '시진핑 1인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는 속칭 '시(習) 황제'를 연상할 정도로 권력집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19차 당대회가 시진핑 황제 대관식이었다는 조소 섞인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절대권력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임기 중의 시진핑 당총서기·국가주석·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올려,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반열에 오른 점이다.
이론보다는 사상을 상위 개념으로 보는 중국인들로선, 시진핑이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 급(級)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공산당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집권 2기는 물론 '10년 임기'의 불문율을 무시하고 3연임을 통한 15년 집권의 길을 튼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또 눈여겨 볼 대목은 시 주석이 중국의 최고권력기관이라고 할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25명)에 측근을 대거 포진시켜, 집권 2기의 국정 장악력을 크게 높여 중국에선 어느 누구도 시 주석에게 제동을 걸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는 전제정치 수준의 마오쩌둥 '1인 체제'에 환멸을 느낀 덩샤오핑이 그 이전의 과거를 청산하고,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기에 실현시켰던 중국 집단지도체제의 틀이 무너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25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19차 당 대회와 제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1인 천하시대'가 막을 올렸다.
한 소식통은 "이번 당 대회는 시진핑을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시진핑의 권력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대내외에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사실 시 주석의 권력 장악 노력은 집요했다. 오랜 기간 장쩌민(江澤民)의 '상왕정치'로 고생했던 후진타오(胡錦濤)와는 달리 18차 당대회 때 시진핑 당총서기·국가주석·당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순조롭게 물려받은 시진핑은 집권1기 5년간 정적 제거와 당정군 장악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시켜왔다.
후진타오 집권 시절엔 당시 9인의 상무위원들이 분야별로 수장을 맡아 '자율적으로' 통치하는 집단지도체제였다면, 시진핑은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통한 '사정 태풍'으로 권력을 집중시켜왔다.
이는 개혁개방 30여년이 지나면서 '털어 먼지 안 나는' 고위직이 없었을 정도로 중국에 만연했던 부패를 청소하는 효과와 함께 시진핑의 정적 제거에 유효한 카드였다.
'석유방'의 거두로 엄청난 부(富)와 권력을 가졌던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 후진타오의 최측근 링지화(令計劃) 중앙통전부장 등의 거물이 철창으로 향해야 했고,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고위관리 140여명이 시진핑 집권 1기에 비리 혐의로 줄줄이 낙마해 쇠고랑을 찼다.
이를 바탕으로 시 주석은, 과거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절에나 사용됐던 '당 핵심'이라는 호칭을 작년말 18기 6중전회에서 부여받았다. 이는 상무위원 7인의 집단지도체제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결정권'을 쥐게 된 것이었다.
적어도 후진타오 전 주석 이상의 권력 집중이 이뤄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 잘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 집중 현상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그 이전의 중국 권력 구도로 볼 때 19차 당대회에서도 시 주석에게 장쩌민·후진타오 세력의 견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올라 그 급(級)으로 볼 때 마오쩌둥·덩샤오핑 수준의 권위를 꿰찬데 이어 격대지정의 당 전통을 깨고 후계를 지정하지 않아 3연임에 15년 집권의 길을 텄으며, 집권 2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을 대거 진입시켜 사실상 '1인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 짜인 시진핑 집권 2기의 상무위원 진용을 보면, 이미 '시진핑 1인 천하'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거 서열 2위로서 경제분야의 결정권을 쥐었던 리커창 총리는 이번에 연임하기는 했으나, 이미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에 경제적 실권을 넘긴 유명무실한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잔수와 왕후닝은 시 주석의 심복이자 책사이고, 자오러지는 시진핑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1913∼2002)의 묘역을 성역화할 정도로 충성파이며, 왕양 역시 시 주석 눈에 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한 정은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또한 시진핑에 눈에 들어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불문율에 걸린 퇴임한 왕치산이, 이제는 2014년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를 모델로 한 중국 국가안전위원회에서 요직을 맡아 시 주석을 보좌할 것으로 보여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은 불가피해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시 주석이 차기 5년 동안 당 주석제를 도입해 당 주석에 오른다면 집단지도체제는 말 그대로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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