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정권교체 일등 공신은 촛불' 공통 인식
'국정과제 1번' 적폐청산 동력으로 이어져…정계개편 변수로도 작용
'적폐청산 뒷받침할 법제화 노력·국민통합 가치 간과해선 안돼' 지적 나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제협력·분쟁해결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대서양협의회 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세계시민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며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동력이 '촛불민심'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촛불'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난 정권교체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조기 대선이었던 만큼 촛불을 든 민심은 정권교체를 요구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가장 부응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촛불이 투표로 완성된다고 믿는다', '국민의 가슴에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지지세를 결집했고 직접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
정권교체의 일등 공신인 '촛불민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라는 '1호' 국정과제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시스템에 의한 국가 운영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에게 적폐청산은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그 궤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새 정부의 5년을 전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시민혁명'을 토대로 하는 '국민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의의 기반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의는 국민 분노와 불안의 극복, 적폐청산과 민생 개혁 요구를 담아내는 핵심 가치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9년간의 보수정권이 남긴 오류와 국정농단을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와 4대강, 원전, 국정교과서 등과 관련한 정책적 결정을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거나 재검토하고 돈 봉투 사건으로 치부를 드러낸 검찰과 방산비리로 홍역을 앓은 군(軍) 등 권력기관을 개혁의 타깃으로 삼았다.
별도의 개혁발전위원회를 꾸려 '댓글공작' 등 각종 정치개입과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난 국가정보원도 개혁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개월의 기간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촛불'과 '적폐청산'은 정치권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여당은 한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언급되자 이를 '적폐연대'로 규정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촛불연대'를 제안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으로 소란스러운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통한 거대 보수정당의 부활 가능성을 두고 '촛불민심을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권력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촛불민심'이 새 정부의 소통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이 직접 SNS에 글을 올리고 온라인 뉴스에 댓글을 다는가 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페이지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이슈에는 소관 부처의 장관 등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놓고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한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숙의 민주주의'의 적용 영역이 더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놓고 '촛불민심'의 뜻을 이어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는 '진화한 민주주의'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정부가 대의민주주의 요소를 경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국정의 카운터파트인 야권과의 협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용화 한국외대 미네르바 칼리지 초빙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적폐청산 요구를 법제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반부패의 제도화는 결국 국회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1년 전 광장에 모인 촛불민심이 상징하는 가치가 적폐청산에 국한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년 전 촛불집회에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실정에 분노한 사람이 모두 나왔다"면서 "당시 민심이 보수·진보로 갈린다면 '촛불'이 국정 동력이 될지는 나중에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촛불민심'이 모여서 낸 목소리 못지않게 그 구성이 함축한 메시지인 '국민통합'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교체한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취임선서 당시 약속했던 국민통합의 의지를 되새겨볼 만하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