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득 받아갔지만 주요 결정은 미국에서…국내에 고정사업장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해외에 차린 명목상의 회사를 통해 외환은행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해 수조원의 수익을 올린 이른바 '론스타 IV' 소속 해외 사모투자회사들에 대한 과세당국의 1천700억원대 법인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4일 론스타유에스와 론스타코리아원 등 9개 회사가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인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유에스 등은 국내 기업인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에 투자하기 위해 벨기에와 버뮤다, 룩셈부르크 등에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벨기에 지주회사를 통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외환은행 4억1천675만주, 극동건설 2천626만5천78주, 스타리스 754만4천595주를 사들였다. 이들은 외환은행에서만 2006년 한 해 배당금으로 4천167억원을 받았지만, 국내에 투자하는 벨기에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소득의 15%만 소득세로 납부했다.
이들은 2007년 6월과 8월 외환은행 주식 일부와 극동건설, 스타리스 주식 전부를 매각하면서 수조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이번에도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을 이유로 별도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외환은행 주식 매각과 관련해서는 매수자가 매각대금의 11%를 원천징수 형태로 납부했을 뿐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7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세무조사를 벌인 뒤, 시세차익 등 소득을 얻은 벨기에 국적의 지주회사는 도관 회사(실질적 관리권 없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차린 회사)에 불과하고,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으므로 소득세를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이에 역삼세무서는 2008년 이번 소송의 원고들에게 340억여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했고, 2012년 소득세 부과처분만 직권취소한 후 법인세 1천733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원고들은 "투자소득은 벨기에 지주회사들에 귀속됐고, 원고들은 한국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며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 2심은 "투자소득은 원고들에게 귀속됐다"면서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투자를 결정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주요 결정은 모두 미국에 있는 본사에서 이뤄져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 부과를 전부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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