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m까지 볼 수 있는 레이더 투입…고고학 전문가 현장 총괄
이르면 발굴 착수 보름 뒤 유해 존재 여부 파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고고학 학술조사처럼 정교하고 품위있게, 복원과 보존을 염두에 두고 실오라기까지 온전하게 발굴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오는 30일 시작하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주둔했던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작업을 앞두고 5·18 기념재단이 밝힌 발굴작업의 기본 방향이다.
학술조사처럼 문화재 출토방식으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한다는 이번 암매장지 발굴 조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현재까지 재단이 구상하고 있는 방식으로 미리 살펴본다.
발굴 작업 대상 지역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교도소 북쪽 담장 밖 폭 3∼5m·길이 117m 구간이다.
이곳은 옛 교도소 재소자들이 농장으로 일궜던 법무부 소유 토지 일부다.
5·18 당시 3공수여단 본부대대장 김모 소령(중령 예편)은 1995년 '12·12 및 5·18 사건' 검찰 수사에서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밝굴작업은 현장에 우거진 잡초를 가장 먼저 베어내고 굴착기로 아스팔트 등 장애물을 제거해 표면에서 10∼30㎝가량 흙을 파내면서 시작한다.
굴착기가 기초 작업을 끝내면 유적지 조사에서 쓰이는 트렌치(Trench·시굴 조사 구덩이)를 곳곳에 설치한다.
트렌치는 농장 터 땅 밑에 유해가 존재하는지, 과거 몇 차례나 흙을 파내고 다시 메웠는지 등 정교한 지질 정보를 제공한다.
흙을 건드려 구덩이를 파낸 적 있는지, 중장비를 동원했는지 손으로 작업했는지도 알 수 있다.
땅속에 있는 물체가 시신인지 아닌지, 시신이 있었는데 매장 후 다시 파갔는지 등 땅속 변동 이력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재단은 날씨 상황이 좋다면 작업 착수 15∼20일 뒤에 유해 존재 여부가 판명된다고 설명했다.
발굴에는 법무부가 제안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도 투입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보유한 GPR 장비는 지하 약 10m까지 투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굴 현장에서 흙 밖으로 유해가 드러나기 전, 트렌치 조사나 GPR 투과로 암매장 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고고학 분야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이를 총괄한다.
6·25 한국전쟁 함평군 민간인학살사건 현장을 조사한 최인선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장도 발굴에 참여한다.
재단은 이들 외에도 민간 전문가를 최대한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굴착기 기사도 관련 경험자 중심으로 섭외하고 있다.
재단은 땅속 유해 존재가 드러나면 발굴을 멈추고 광주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24일 "학술조사처럼 정교하게 암매장을 역순으로 재현할 것"이라며 "복원과 보존을 염두에 두고 실오라기까지 온전한 발굴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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