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아태지역 CEO "세계 해운시장 경쟁 멈추지 않을 것"

입력 2017-10-24 15:05  

머스크 아태지역 CEO "세계 해운시장 경쟁 멈추지 않을 것"

"고객이 원하는 이상의 서비스 제공이 혁신…선박 추가발주 계획 없어"

"현대상선과 제휴관계 만족, 세계경제 회복으로 교역량 증가 낙관"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에 본거지를 둔 선사인 머스크라인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세계 1위로 성장했다.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선박의 화물적재능력)은 인수작업이 막바지에 있는 독일 함부르크쥐트를 포함해 전 세계 선복량의 19.2%를 차지한다.

최초로 1만8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친환경 고효율 컨테이너선인 트리플E급을 발주해 초대형선 시대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가 보유한 모든 냉동 컨테이너에 인공위성위치표시장치(GPS)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화물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컨테이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국제교역 전 과정의 문서를 전산화해 고객들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도록 하는 네트워크 기술인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등 세계 해운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스크라인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반 트로이연은 24일 부산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세계 해운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머스크 혁신의 원천은 고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선박 추가 발주는 없을 것이며, 현대상선과의 전략적 제휴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 머스크라인의 혁신의 원천이자 동력은 무엇인가.

▲ 다른 산업과 비교해 해운산업이 가장 혁신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해운산업 밖에서 혁신의 트렌드를 찾는다. 중국, 전자상거래, 삼성, 아마존, 알리바바가 우리보다 훨씬 혁신적이다. 해운산업은 혁신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따라간다고 본다.

다만 고객이 뭘 원하는지 파악해서 그것을 뛰어넘는 서비스 혁신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 외부의 혁신사례들을 과감하게 수용한다.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을 인용하면 혁신은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나온다. 택시업계에서는 우버, 호텔업계에서는 에어비앤비가 그런 사례다. 이는 새로운 경쟁 상태가 업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운은 전통적이고 성숙한 산업이지만 외부에서 파괴적 혁신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해운업계도 이제 파괴적 혁신으로 옮겨가는 상태에 있다.

--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히는 블록체인 등에 관해 설명해 달라.

▲ 해운을 통한 국제교역에는 거래 기업은 물론이고 은행, 세관, 검역 등 관련 기관들의 많은 문서가 필요하다. 이런 서류들을 디지털화하고 화물이 운송되는 전 과정을 관계자들과 공유하는 게 블록체인 기술이다. 서류들은 디지털화돼 위조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통해 고객들은 문서작업을 단순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의 삼성도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외에도 디지털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냉동화물 컨테이너에 GPS 디바이스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고 컨테이너 내부 화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45만개 냉동 컨테이너 모두에 디바이스를 장착했다. 선사 중에서 유일하다.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를 높이는 차원에서 도입한 것으로 운임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 일반화물을 담은 드라이 컨테이너에도 이 장치를 장착할 계획이다. 냉동 컨테이너와 달리 드라이 컨테이너에는 전원공급 장치가 없어 태양광 같은 에너지를 활용할 방침이다.

-- 함부르크쥐트를 비롯해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이유가 뭔가.

▲ 우선 함부르크쥐트 인수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관련 국가들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올해 말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함부르크쥐트는 많은 장점을 가진 선사이다. 인수 후에도 이를 유지하도록 하겠다.

현재 세계 해운시장에는 플레이어가 너무 많다. 해운사 간 인수합병은 진작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선사 간 인수합병이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코스코가 홍콩 OOCL을 인수했고, 일본의 3개 컨테이너선사가 하나로 합쳤다. 프랑스 CMA CGM 등도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플레이어가 너무 많다는 데 시장의 의견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경쟁력 확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인수합병의 목적이다. 해운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머스크라인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운임을 내려 치킨게임을 주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 머스크라인은 정부 보조를 전혀 받지 않는다. 주주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치킨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일각에서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춰 치킨게임을 주도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머스크가 1위 해운사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15% 정도여서 운임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아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치킨게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게 1년 전쯤인데 이미 새로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 현대상선의 예에서도 우리가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상선 환태평양노선 물동량이 2배로 증가했다. 현대상선의 태평양 노선 점유율은 5위로 머스크보다 높다. 우리가 치킨게임을 한다면 현대상선에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상선의 새 임원진이 태평양노선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에 축하를 보낸다.




--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선복 과잉을 불러와 해운업계와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 머스크는 현재 2만500TEU급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명목상의 선박 능력보다는 실질적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엔지니어링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크기가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한 2만500TEU급 선박에 만족한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대형 선박이라고 꼭 운임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선박의 크기와 관계없이 고객의 편의를 충족하는 선사가 성공한다. 고객은 서비스를 보고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 선박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은.

▲ 과거에 발주한 선박들을 인수하는 중이다. 이미 충분한 선복을 확보한 상태이다. 당분간 추가발주는 없을 것으로 본다.

-- 세계 해운시장을 전망한다면.

▲ 오랜만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2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최근 7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것이다. 3% 수준이다. GDP승수도 1.7로 회복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전에는 2~3이었다가 위기 당시 1까지 떨어졌다.

둘째는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가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도 성장할 것으로 낙관한다.

-- 현대상선과 맺은 전략적 제휴가 2020년에 끝난다. 향후 관계를 전망한다면.

▲ 제휴가 종료 되기 전에 다시 논의될 것이다. 나는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현대상선과의 관계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현재 현대상선과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 머스크라인은 부산에 기항하는 선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한다. 올해 목표와 전망은.

▲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시점이라 구체적인 목표나 실적 등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현재 부산신항 전체 물량의 14%가량을 차지한다. 머스크라인은 매주 부산에 30회 기항한다. 부산항은 전 세계, 특히 아시아교역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항만이다. 머스크와 MCC선박이 주당 30회 기항하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머스크의 영업전략은.

▲ 유럽과 미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아시아도 중요하다. 아시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상반기에 9%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중요한 성장 엔진이다. 이는 한국기업들에도 중요하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기업들이 많다. 머스크라인은 현재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 만족한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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