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여당 소속 단체장 5명 사의…이스탄불 이어 앙카라 시장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한 달 만에 선출직 시장 다섯 명이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났거나 물러날 예정이다.
터키 수도 앙카라 시장 멜리흐 괵체크는 23일 밤(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계정에 "토요일(28일)에 앙카라 시의회 임시회의를 소집해 사임하려 한다"고 썼다.
괵체크 시장은 사의를 밝히기 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면담했다.
괵체크 시장의 사의는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 소속 '유력' 단체장으로는 다섯 번째다.
앞서 이날 북서부 부르사의 레제프 알테페 시장이 사임했다.
부르사는 터키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이자 실세로 꼽힌 카디르 토프바시 이스탄불 시장이 지난달 22일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메흐메트 켈레시 뒤즈제(뒤즈제주) 시장, 파루크 아크도안 니데(니데주) 시장도 잇달아 옷을 벗었다.
이들은 모두 에르도안 대통령의 '살생부'에 오른 단체장들이다.
올해 5월 AKP 대표로 복귀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선거 승리를 위해 '쇠약'해진 단체장을 끌어내리고 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수차례 예고했다.
이날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살생부'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주요 도시 시장 6명 가운데 4명이 옷을 벗었고, 1명이 사임을 예고했다.
서부 발르케시르 시장 아흐메트 에디프 우우르도 사퇴를 종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언론은 우우르 시장도 결국 시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살생부에 오른 6명은 가족이나 측근에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가까운 인물이 있거나, 최근 개헌 국민투표에서 반(反)AKP 정서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도시의 단체장이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작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인사다.
이들은 투표로 뽑힌 단체장이면서도 대통령의 요구에 별다른 저항 없이 물러나, 개헌과 당 복귀 후 한층 강력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악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부르사 시장 알테페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공언한 지 사흘 만에 백기투항했다.
알테페 시장은 사의를 밝히며 "우리는 당이나 우리 지도자(에르도안 대통령을 가리킴)에게 결코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고, 당에도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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