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코스피가 2,500선을 넘나들며 잔칫집 분위기지만,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형님네 잔치'만 바라보는 신세다.
코스닥지수와 코스피의 간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코스닥시장 종목 구성의 특징 탓에 코스닥지수의 상대적인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까지 올해 들어 8.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2.9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코스닥지수가 전날 1.68% 오르면서 간격을 줄인 결과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전날 코스피 종가(2,490.49)와 같은 날 코스닥지수(687.21)의 차이는 1,803.28에 달했다. 코스닥지수 출범 이후 역대 3번째로 큰 격차다. 두 지수 차가 가장 컸던 날은 바로 하루 전인 20일(1,816.59)이었다.
두 지수의 차이를 이렇게 벌리는 요인은 시장의 업종 구성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업종이 있느냐 없느냐가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차이를 불러온 가장 결정적인 차이"라고 분석했다.
변 센터장은 "올해 전 세계 이익 증가 폭이 가장 큰 업종은 반도체였는데,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 업체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며 "올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코스닥시장은 상승을 이끌 대형 반도체 업체가 없다"고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단적으로 말하면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코스닥은 그렇지 않다"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한 코스피 종목들과 달리 코스닥시장 종목들은 실적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은 반도체 업종을 비롯해 철강, 화학, 정유 등 업종이 올해 큰 폭의 이익 성장이 기대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코스닥시장에는 이러한 업종 종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격차가 단시일 내에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시가총액 1위로 지수 상승에 기여하던 셀트리온[068270]이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앞날을 더 어둡게 한다.
변준호 센터장은 "정부에서 벤처,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 정책적으로 불리한 점도 없어 보인다"며 "시장 자체에 특별히 문제가 있어 지수가 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지호 센터장도 "외국인은 코스닥 종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 중심으로 투자하는데, 펀드가 대형주 위주로 운용되다 보니 코스닥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두 지수의 차이는 이런 '이유 있는 차별'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지수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방안이 만들어지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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