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다리가 된 '반공포로' 현동화씨 국민훈장 받아

입력 2017-10-24 19:00   수정 2017-10-24 20:03

한국-인도 다리가 된 '반공포로' 현동화씨 국민훈장 받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24일 인도 수도 뉴델리 한국대사관에서 이해광 주인도 대사대리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건네받은 현동화(85) 재인도한인회 고문은 훈장을 받은 소감을 묻자,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현 고문은 193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인민군 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갖고 강원도 화천에서 국군에 귀순해 '반공포로'가 됐다. 그는 휴전 협정 체결 후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멕시코로 가기를 희망했다가 결국 인도에 남아 지금까지 60여 년을 지냈다.

현 고문은 중립국 행을 택한 계기가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묘사하듯 이념적 고려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멕시코에 가면 나중에 이웃한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도 다니고 더 공부할 수 있겠다"는 현실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중립국 행을 기다리던 88명의 반공포로 대부분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으로 떠난 후에도 애초 포로 수용 의사를 밝혔던 멕시코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현 고문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반공포로 동료 3명과 함께 결국 인도에 정착하게 됐다.

당시 인도에는 한국 교민이 거의 없어 이들이 사실상 재인도 한인 1세대가 됐다.

현 고문 등 4명은 1958년 인도 정부에서 1만 루피(17만 3천800원)를 융자해줘 뉴델리에서 양계장 사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 인도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60∼90달러(6만7천∼10만1천 원) 정도였으니 상당히 큰돈이었다.

다행히 양계장은 원활하게 운영됐고 현 고문은 이후 인모(人毛) 수출, 아프가니스탄 섬유공장 건설 등 여러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한국 누에알을 수입해 인도 카슈미르 등에 보급하기도 하고 한국 건설업체에 중동 건설붐이 불었을 때에는 인도 노동자들을 중동에 보내 일하도록 하기도 했다.

인도에 귀화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1962년 뉴델리에 한국 총영사관이 생기면서 한국 국적도 취득하고 1964년부터 2년간 총영사관 직원으로도 근무했다.

현 고문은 인도 생활에서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서울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 나름의 역할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1981년 9월 서독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앞두고 일본 나고야와 경합하던 서울의 가장 큰 약점은 분단 상태에서 비롯된 안보 위협이었다.

현 고문은 같은 골프클럽 회원으로 친분이 있던 아시위니 쿠마르 당시 인도 IOC위원이 올림픽 안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대사관과 협력해 그의 한국 방문을 주선했고, 그가 서울 방문 후 올림픽을 개최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큰 난관을 제거했다고 그는 자부했다.

현 고문은 1984년부터 20년간 재인도한인회장을 지내며 '한국 기금'을 만들어 한국어 과정을 마친 인도 학생의 연수를 지원하는 등 양국 민간 교류와 인도 한인 사회의 기반을 다졌다. 그는 거동이 불편해진 최근까지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요디아에 있는 가야 허황후 기념 공원 개선사업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60여년 전 중립국행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열심히 살았고 그때마다 한국과 인도의 관계가 좋아졌기에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현 고문은 지난 5일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한국과 인도 간 수교와 교류, 인도 내 한인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석류장 수훈자로 발표됐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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