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되돌아본 탄핵 '촛불'…광장에 불 밝혀 정권교체까지

입력 2017-10-25 05:35   수정 2017-10-25 10:53

[촛불 1년] 되돌아본 탄핵 '촛불'…광장에 불 밝혀 정권교체까지

'6차 촛불' 232만여명 헌정사상 최대 규모…연인원 1천685만명

평화집회 정착 계기…현재까지도 평화집회 문화 이어져

시민들이 정치권을 선도하며 이끈 집회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막 세상에 알려진 직후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첫 주말 촛불집회는 지금 돌아보면 3만명(이하 주최 측 추산) 규모의 비교적 작은 집회였다.

그러나 애초 주최 측이 경찰에 신고한 인원인 2천명이나 경찰의 예상 인원인 3천∼4천명과 비교하면 몇 배의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당시에는 대규모 집회로 불렸다.

집회에는 진보단체와 관련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대거 참석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어린 학생, 친구·연인끼리 온 청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평생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한다는 노인, 지방에서 상경해 집회에 참석한 시민도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하야하라', '퇴진하라'고 대규모로 구호를 외친 것도 이날 집회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첫 집회 때부터 '천만 촛불'로 이어질 조짐이 보였던 셈이다.





◇ 전국적으로 연인원 1천685만명 역대 최대규모 집회

3만명으로 시작했던 촛불집회 참석자는 급격히 불어나 2주 만에 100만명을 기록했고, 국정농단 특검 출범 직전인 5차 집회(11월 26일)에는 150만명으로 수가 불었다.

국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직전인 6차 집회(12월 3일)에는 170만명이 운집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6차 집회 참석 인원을 지방에서 열린 동시 집회 참석자와 합해 232만 1천명이라고 발표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참석자 수를 뛰어넘어 헌정사상 최대규모 집회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그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개최한 10차 집회와 특검 수사 종료를 앞두고 올해 2월 25일 열린 17차 집회에도 100만명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앞둔 19차 집회(3월 4일) 때도 100만에 육박하는 95만명이 참석했다.





퇴진행동은 10월 29일부터 20주 동안 매주 열린 촛불집회와 이후 박 전 대통령 구속 촉구 등 관련 현안을 놓고 세 차례 더 열린 집회 등 총 23차 집회 참석자 연인원을 추계한 결과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만 1천423만 5천명이었다고 밝혔다.

지역별 동시 집회 참석자를 합한 참석자 수는 1천685만 2천360명으로 늘어난다. 한국 인구 약 5천140만명의 3분의 1에 맞먹는 숫자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당시 한 여당의원의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촛불집회는 서울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촛불집회에 국민적 동참이 있었던 것은 후원·모금액에서도 드러난다. 퇴진행동이 해산선언을 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단체는 계좌 후원 20억여원, 현장모금 18억여원 등 모두 합해 39억 8천여만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심지어 퇴진행동이 집회를 진행하면서 빚 1억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치킨값 등을 아껴 십시일반으로 후원, 사흘 만에 8억 8천만원이 모이는 '사건'도 있었다.





◇ 폭력·사고 없는 평화집회 정착

촛불집회는 단순히 참석자의 수가 많다는 점보다 23차례에 걸친 집회 과정에서 폭력이나 사고가 없이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 화제가 됐다.

흔히 대규모 집회에서는 군중심리 등에 이끌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경찰 등 공권력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 촛불집회는 예외적인 상황을 보여줬다.

일부 참석자가 경찰 버스에 오르거나 경찰을 향해 달려드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면 오히려 집회 참석자들이 '비폭력' 또는 '평화시위' 등 구호를 연호하며 이들을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관들이 고생한다며 먹을 것이나 따뜻한 음료를 가져다주는 참가자들이나, 비가 올 때 우비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경찰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훈훈한' 풍경도 눈에 띄었다.

촛불집회 1년 전인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는 경찰 버스 전복을 시도하고, 경찰은 직사 물대포를 살수해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세종로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불과 500m 떨어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정반대 성격인 친박(친박근혜) 단체의 '태극기 집회'가 열렸는데도 양측이 물리력으로 부딪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비폭력 집회의 경향은 지금까지 이어져 최근 열린 주말 집회에서 진보단체와 친박 단체의 집회·행진 경로가 일부 접해 있었는데도 일부가 서로 야유하기만 했을 뿐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 않았다.

촛불 정신 계승을 공식적으로 밝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와 같은 비폭력 집회에 맞춰 경찰도 차벽과 물대포 없이 교통 소통 위주로 집회를 관리하는 등 평화집회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집회·행진을 제한했던 청와대 앞이 열린 것도 평화집회의 성과다. 경찰은 주최 측의 청와대 방향 행진을 금지했지만, 법원은 집회가 지속해서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행진을 잇달아 허용했다.

평화집회는 '천만 촛불'이 독일 에버트재단의 인권상을 받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사문걸(독일명 스벤 슈베어젠스키)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장은 "민주적 참여권의 평화적 행사와 평화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라면서 "한국의 촛불집회가 이 중요한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인권상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 시민이 주도한 광장민주주의, 정치권 이끌어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대필 의혹 등이 점차 국가적인 이슈로 불거졌지만, 처음부터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구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처음부터 줄곧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며 박 전 대통령의 퇴진·하야·탄핵을 명확히 요구했다.

특히 탄핵과 관련해서는 당시 야당 등 정치권이 탄핵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나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 등을 저울질하며 주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오히려 머뭇거리는 야당을 질타하기까지 하면서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고, 실제 표결 때는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까지 탄핵안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이 상정됐을 때나,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할 때도 촛불 시민들은 한결같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요구했다.

사실상 촛불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고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을 선도적으로 이끈 모양새다.

촛불집회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등 참석자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등 구여권 정당을 제외한 대부분 후보가 촛불 정신 계승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기 대선을 통해 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임을 자임했고, 취임 이후 실제로 국민인수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정에 반영할 경로를 마련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광장 민주주의를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국정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인 셈이다.

퇴진행동 대변인을 맡았던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촛불집회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민주주의의 대항쟁이었고 주권재민의 혁명이었다"며 "촛불집회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 발전하는 과정이므로 앞으로도 촛불시민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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