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건물 낡고 현지 원생 없어"…학부모들 "일방적 결정 황당"
원장, 내년 개원 제천시청 어린이집 원장 내정…"폐원과 관계없나"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국공립인 충북 제천의 한천 어린이집에 아이 2명을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A(34)씨 부부는 최근 아이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이 내년 2월 폐원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어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폐원 소식에 A씨 부부는 "황당한 일"이라며 답답해했다.
A씨는 "다른 어린이집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새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할지가 더 걱정"이라며 "다른 학부모들도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고암동에 있는 이 어린이집에는 현재 교직원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원아는 71명이 생활하고 있다.
시가 위탁 운영하는 이 어린이집은 지난달 보건복지부 평가인증에서 100점에 가까운 99점을 획득, 재인증을 받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시는 최근 이 어린이집을 폐원하기로 결정, 지난 17일 간담회를 열어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시는 어린이집 건물이 노후하고, 보육 서비스 수요가 적은 것을 고려해 폐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건물이 30년이 넘어 매우 낡았는데 부지 일부가 시 소유가 아닌 마을 땅이라 대규모 정비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는 10여년 전에도 건물 증·개축을 추진했지만, 부지 소유권 문제로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이 어린이집이 있는 고암동에 거주하는 원아는 1명뿐이며 나머지 원생들은 10~20분 걸리는 시내에서 통학하고 있다는 점도 폐원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폐원과 관련, 의견 수렴이나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갑작스럽게 폐원한다니 어이가 없다"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폐원 이후 원생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한 뒤 폐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내년 3월 개원하는 제천시청 직장 어린이집으로 불똥이 튀었다.
공모를 통해 내정된 제천시청 어린이집 원장이 이번에 폐원키로 결정된 학천 어린이집 원장이기 때문이다.
제천시청 어린이집의 정원은 50명이며 보육 대상은 제천시청 소속 공무원과 공무직 직원, 시의회의원 자녀 등이다.
한 학부모는 "민간인 자녀들이 다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원장은 공무원 자녀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셈"이라며 "한천 어린이집 폐원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이해한다"며 "한천 어린이집이 폐원된 뒤 원하는 어린이집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7곳을 포함, 모두 71곳의 어린이 보육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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