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가족중 노인·중증장애인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4만1천가구 혜택…생계·의료·주거비 지원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내달부터 자신조차 경제적으로 어려워 힘들어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노인이나 장애인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일이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11월부터는 기초생활 수급신청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만 65세 이상)이나 중증 장애인(장애등급 1∼3급)이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재산 하위 70%에 속해야 하지만, 여기에 20세 이하의 '1급, 2급, 3급 중복' 등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에는 소득·재산 하위 70% 기준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조치로 최대 약 4만1천 가구가 생계·의료·주거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이를테면, 경기도에 사는 A(45)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미혼)으로 그간 부모님의 도움으로 생활해왔다. 하지만 나이든 부모님에게 계속 부담을 드리기가 어려워 지난 8월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인 부모님(기초연금 수급자)이 고향에 논밭이 있는 등 재산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그렇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에 따라 A씨는 내달부터 주민센터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매월 생계급여 약 43만원, 의료급여(1종), 주거급여 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역시 경기도에 거주하는 B(68세)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청각장애 2급인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고령과 장애로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2016년 10월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고자 신청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부양의무자인 노모(기초연금 수급자)의 재산 기준 초과로 떨어졌다.
B씨 역시 내달부터 매월 생계급여 약 47만원, 의료급여(1종), 주거급여 13만원을 수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와는 별도로 꼭 필요한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한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취약계층 우선 보장 대상'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보호할 계획이다.
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20년까지 약 4조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상자별·급여별로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재산 하위 70% 중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2022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도 생계·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들이대지 않기로 했다.
급여별로는 비수급 빈곤층에 최소한 1개 이상의 급여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자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폐지하기로 했다.
의료급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과 연계해 본인 부담 상한액과 부담률을 경감하는 등 보장성을 지속해서 확대하기로 했다.
주거급여는 2018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주거급여 대상자를 현재 기준 중위소득 43% 이하에서 2020년까지 기준 중위소득 45%로 확대하고, 임차가구에 대한 주거급여 지급 상한액과 자가 가구에 대한 주택 수선 지원 상한액을 올리기로 했다.
교육급여는 중고등학생에게만 지급하는 학용품비를 2018년부터 초등학생에게도 추가 지원하고, 항목별 지급액도 2018년에는 최저 교육비의 50∼70%, 2020년에는 10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자녀 등 가족이 있으면 수급을 받을 수 없어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부양의무자의 범위는 1촌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이다. 다만 사망한 1촌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는 제외된다. 예를 들어 아들·딸이 사망하면 며느리·사위는 부양의무자에서 빠진다.
2015년 기준 소득이나 재산(소득인정액)은 수급자 선정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을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63만 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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