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장 이래 첫 포스트시즌…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부산'
도심 식당·술집도 한국시리즈 특수에 분주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정회성 기자 = "8년 전 나지완 선수가 7차전 9회말에 '딱'하고 끝내기 홈런 쳤을 때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시민 이지용(32) 씨는 "타이거즈가 반드시 열한 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것"이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2014년 개장 이래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한국시리즈로 치르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이날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열기가 달아올랐다.
8년 만에 광주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개막날이기도 해 경기장은 물론 도심 전체가 들썩였다.
경기 시작을 5시간 앞둔 오후 1시 30분. 관중 입장 시간은 3시간이나 남았지만, 적지 않은 야구팬은 구장 앞에 장사진을 쳤다.
일찌감치 입장을 준비하는 KIA 팬,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원정팀 응원객, 표를 구하지 못했지만 들뜬 분위기라도 느끼려 찾아온 시민 모두 설렌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장 매표소에는 오후 3시 30분께 현장판매분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는 안내판이 등장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예매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구하기 어려웠다.
이미 온라인에는 몇 배나 입장권을 비싸게 판다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암표상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야구 팬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장 현장매표소를 찾았지만, '매진' 푯말이 붙은 걸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야구장 주차장도 경시 시작이 한참 남았지만, 여유 공간을 찾아 맴도는 자동차들로 엉키고 설켰다.
해태 시절 타이거즈 야구팀 모자를 쓰고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김영영(57) 씨는 "한국시리즈 우승 100% 기록에 너무 부담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천신만고 끝에 1차전 입장권을 구했다는 임세열(27)씨는 "판매 취소분을 사려고 새벽 2시부터 온종일 인터넷만 들여다봤다"며 "광주가 암표 없는 건전한 관람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매표소 주변에서는 경찰로 구성된 전담반도 암표표 행위 단속에 나섰다.
야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맥주와 간식, 구장 내 편의점에는 선반이 터지도록 물건이 빼곡하게 진열됐다.
한 직원은 "정규시즌 경기보다 물량을 30% 더 준비했다.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만원이다. 쌀쌀한 날씨 탓에 방한용품 갖췄다"고 설명했다.
홈팀인 KIA 구단 직원들도 부산했다.
KIA 구단 직원 전원은 상·하의에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구단 점퍼까지 걸쳤다.
한 직원은 "오늘은 특별히 목욕재계하고 출근했다. 구단 역사에 남을 날"이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과거 무등경기장 시절부터 KIA 선수들이 뛰는 구장을 책임져 온 현민호 구장지원팀 주임은 "이곳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려 정말 기쁘다. 평소와 다르게 더 준비한 건 없지만, 손님맞이에 조금 더 신경은 썼다"며 구장을 둘러봤다.
이날 오전 8시에 출근해 구장 관리를 시작했다는 현 주임은 "화장하며 파운데이션 하는 것처럼 조금 더 보기 좋게 구장을 다듬었다. 한국시리즈는 오늘 시작하지만, 우리는 3일 전부터 리허설부터 시작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도심 식당과 술집도 8년 만에 돌아온 '한국시리즈 특수'에 들뜬 모습이다.
광주 최대 유흥가인 서구 상무지구의 한 주점은 대형 스크린을 새로 설치했고, 식당들도 구석구석에 TV를 추가로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시민 임훈(46·여)씨는 "KIA가 오랜만에 한국시리즈를 하는 만큼 광주 전체가 들썩이는 것 같다"며 "좋은 결과를 거두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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