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대4 구도로 재편…MBC 노조 '환영', 사측은 '반발'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선임,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MBC 사태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구여권 이사 2명 사퇴로 공석이 된 방문진 이사직에 김경환(48)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53)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이들 보궐이사 임기는 내년 8월 12일까지다.
김 교수는 MBC전문연구위원, KBS 뉴스옴부즈맨위원,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 등을 지냈다. 정치스타트업 와글 대표인 이 정책위원은 MBC 방송작가 출신이다.
방통위는 방문진법에서 정한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확인한 후 임명할 예정이다.
앞서 구여권 추천 이사인 유의선 이사와 김원배 이사가 각각 지난달 초와 이달 중순 사퇴했다.
방문진 보궐이사 2명이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구 여권과 구 야권 6대 3에서 4대 5로 역전됐다.
현 여당 다수로 재편된 방문진 이사진은 이르면 다음 주에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 야권(현 여당) 추천 이사들은 25일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의 건'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방문진 사무처에 요청한 상태다.
고 이사장 불신임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고 이사장은 비상임으로 이사직만 수행하게 된다. 고 이사장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편된 방문진 이사진은 고 이사장 불신임안 처리에 이어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처리 수순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나서면 MBC 사태가 법정 소송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며 53일째 파업 중인 MBC 노조는 이날 "MBC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킨 김장겸 사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하면서 "노조는 김 사장의 해임이 확정되는 즉시 총파업을 중단하고 적폐 청산과 MBC 재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사측은 "(구여권) 이사들이 갖은 겁박과 압력에 사퇴서를 냈지만 방통위는 사퇴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며 "이효성 위원장은 사퇴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후임 이사진 선임을 처리했다. 30년 학자적 양심마저 저버리고 정권의 방송장악에 화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과천청사에 있는 방통위를 항의 방문했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과 국회 본회의 일정 보이콧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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