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산 일신기독병원서 신청 행사…주한 호주대사도 참석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100여 년 전 국내 최초의 한센병(나병) 전문 치료기관이었던 부산나병원을 기념하는 비석의 문화재 등록이 추진된다.
재단법인 한호기독교선교회는 오는 30일 부산 동구 일신기독병원에서 문화재청에 부산나병원 기념비의 문화재 등록을 신청하는 행사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높이 113㎝, 하단폭 12㎝, 상단폭 9㎝ 크기로 오벨리스크 모양의 화강암 비석은 1909년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 부산나병원을 기념하기 위해 1930년에 제작됐다.
비석에는 부산나병원 건립비를 지원한 국제 나병 구호조직인 '대영나환자구료회', 병원 설립자인 어빈 등 북미 선교사 3명의 한자 이름(심익순·어을빈·사목사)과 병원 운영자였던 호주 선교사 맥켄지의 한자 이름(매견시), 비석 제작일, 병원 설립일 등이 각인돼 있다.
이 기념비는 지금은 자취를 감춘 우리나라 최초 나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비석이다. 비문을 통해 설립 시기와 설립자를 알 수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는 것이 문화재 등록 신청 이유라고 선교회 측은 밝혔다.
이날 일신기독병원에는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도 참석해 기념비 문화재 등록 신청을 축하할 예정이다.
북미 선교사 3명이 건립한 부산나병원은 이듬해인 1910년 호주 선교회로 병원 관리권이 이관됐다.
이후 호주 선교사 맥켄지가 나병환자에 대한 사회적 냉대 속에서 29년간 운영해온 나병원은 일제가 1941년 일방적으로 부산나병원을 폐쇄해 군부대로 사용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부산나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상당수는 소록도로 강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나병원은 설립 초기 환자가 20명에 불과했지만 병원 폐쇄 무렵에는 650여명의 환자가 공동체를 이룰 정도로 발전했다.
25%이던 환자 사망률이 1.5%까지 떨어지는 등 한센병 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방 후 흩어졌던 나환자들이 나병원 자리 인근인 용호동으로 모여 상애원 혹은 용호농장으로 불리던 나환자촌을 만들어 정착했다.
부산나병원 기념비는 그때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2004년 용호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상애원의 신앙 중심지였던 상애교회가 부산 기장군 정관읍으로 이전했고 기념비도 함께 자리를 옮겨 교회 창고에 방치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일신기독병원 측이 비석을 발견해 다시 병원으로 가져와 보관해왔다.
일신기독병원은 맥켄지 선교사가 우리나라에서 낳은 두 딸인 헬렌(매혜란), 캐서린(매혜영)이 호주에서 대학 졸업 후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돼 6.25 전쟁 때 되돌아와 고아와 여성을 돌보기 위해 세운 병원이다.
한호기독교선교회 관계자는 "기념비 문화재 등록 신청과 더불어 아버지 맥켄지가 헌신적으로 운영한 나병원의 기념비를 두 딸이 세운 일신기독병원 뜰에 자리잡게 된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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