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일원 수도요금마저 인종차별적·소득 반비례"

입력 2017-10-26 07:57  

"美시카고 일원 수도요금마저 인종차별적·소득 반비례"

같은 미시간호수 물…흑인 빈민가, 백인 부유층 동네보다 평균 30% 최대 6배 비싸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인종에 따라, 소득수준에 반비례하는 수도요금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25일(현지시간) '같은 호수 물, 다른 요금'(Same Lake, Unequal Rate) 이라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같은 미시간호수 물을 마시지만, 흑인 빈민가 주민들이 백인 부유층 거주지 주민들보다 평균 30%, 최대 6배 더 비싼 물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뷴은 오대호 미시간호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시카고 일원 163개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요금 부과 및 징수 내역, 인구 구성 데이터를 조사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신문은 시카고 일원의 인종별 거주지 분리 현상이 뚜렷하고, 재정 상황이 열악한 동네일수록 흑인 인구가 집중돼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저소득층 흑인 밀집 지역인 남부 교외도시 포드 하이츠 주민들은 동일 분량의 수돗물을 얻기 위해 백인 부유층이 모여 사는 북부 교외도시 하이랜드 파크 보다 6배, 시카고 시와 비교해도 4배 이상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흑인 인구 96%, 중간가계소득이 연 2만1천 달러(2천400만 원)에 불과한 포드 하이츠 주민들은 수돗물을 위해 매월 고정요금으로 85달러(약 9만6천 원)를 지불한다.

반면 백인 인구 94.8%, 중간가계소득이 연 21만2천 달러(약 2억4천만 원)에 달하는 북부 교외도시 위넷카의 한 달 평균 수도요금은 23.75달러(약 2만7천 원)였다.

조사 대상 지자체 가운데 수도요금이 가장 낮은 곳은 중산층 백인 다수 거주지역 에번스턴으로 5천 갤런당 13.71달러(1만5천 원)가 부과됐다.

트리뷴은 "종합적으로, 중간가계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지자체 주민들이 상위 10%에 속하는 지자체 주민들보다 매월 31% 더 높은 수도요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불균형은 소득수준에 반비례할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이라며 "조사 대상 지자체 가운데 흑인 다수 거주지는 13%에 불과했으나, 수도요금이 가장 비싼 10개 도시 가운데 5곳이 흑인 다수 거주지였다"고 부연했다.

이어 "각 지자체 당국은 이에 대해 노후한 수도관과 소화전 누수, 상수도 시스템 교체를 위한 비용 부과 등의 이유를 대고 있으나, 불합리한 요금 정책과 시스템 유지 등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리노이 주 당국은 각 지자체 수도요금 체계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지 않는다. 전기세나 가스비 같은 다른 공과금과 다르고, 다른 주들의 정책과도 달리 일리노이 주는 수도세 산정과 징수를 모두 각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텍사스 서던 대학교 도시계획 및 환경 정의학과 로버트 벌라드 교수는 "주민 삶의 질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퇴행적 요금징수 시스템"이라며 "경제적 취약 계층이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돈을 내도록 강요받는, 부정의한 사회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주민 83%가 흑인, 중간가계소득이 연 4만2천 달러(약 4천700만 원)인 시카고 서부 교외도시 메이우드 시 당국은 지난해 1천436 가구와 사업체에 단수 공지문을 발송했다. 메이우드 시의 가구 등 월평균 수도요금은 72.61달러(약 8만2천 원). 30일 이상 요금이 연체되면 단수 조치되는데, 서비스 재개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만도 300달러나 된다.

미시간호수는 세계 최대 담수호군인 오대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오대호는 세계 담수 공급량의 20% 이상, 북미 담수 공급량의 84%를 차지한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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