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년 전 기부금 수사…언론에 귀띔 드러나 장관 '위기'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연방경찰이 주요 노조단체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하자 노조를 핵심 지지세력으로 하는 주요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해당 노조단체는 주요 야당의 현 대표가 이끌었던 조직인 데다 장관 보좌관이 압수수색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자체의 결정이라며 압수수색을 옹호했던 정부·여당은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호주 연방경찰은 지난 24일 시드니와 멜버른에 있는 주요 노조단체인 호주노동자연맹(AWU) 사무실에 들이닥쳤고 이 모습은 TV 카메라에 잡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주요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가 10년 전 AWU 지도자로 재직할 당시 AWU가 주요 시민단체와 노동당 지역구들에 음성적으로 기부금을 제공했으며, 관련 문서들이 파기될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당시 AWU는 시민단체인 '겟업!'(GetUp!)에 약 10만 호주달러(8천700만 원)를, 총선을 앞둔 노동당의 몇몇 지역구에도 기부금을 각각 주었다는 것이다.
노동당과 노조 측은 급작스러운 압수수색이 야당대표를 겨냥한 추악한 중상모략의 일환이라며 맬컴 턴불 총리의 지시 아래 이뤄졌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쇼튼 대표는 25일 자신은 연방경찰과 그 조직원들을 매우 존경하고 있다고 말하고 턴불 총리를 향해 연방경찰을, 또한 국민 세금을 정치적 비방전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고 호주 언론이 26일 전했다.
쇼튼 대표는 또 전화해 자료를 요청하면 될 것을 30명이나 되는 경찰을 동원해 자료를 압수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턴불 총리도 물러서지 않고 노동당이 경찰을 향해 비방전을 하고 있다며 쇼튼이 AWU 대표로 있을 때의 음성적 기부 의혹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방경찰이 완전히 독립돼 있다는 점은 야당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이 파기될 위험에 있다는 정보를 받고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방 고용장관의 고위 보좌관이 언론에 연방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줘 TV 카메라가 미리 현장에 대기했던 것으로 드러나 호주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미카엘리아 캐시 고용장관은 25일 상원에서 자신과 보좌진이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언론에 귀띔한 바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하지만 캐시 장관은 이날 저녁 언론담당 보좌관이 기자에게 흘렸음을 자신에게 털어놓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장 노동당은 캐시 장관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턴불 총리에게도 리더십을 발휘해 캐시 장관을 해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