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울시 과태료 등 체납차량 합동 단속…운전자들 '반항'도 속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현혜란 기자 = "내가 최근에 이사하는 바람에 고지서가 제대로 안 온 것 같다니까요." "선생님은 2015년부터 과태료 체납하셨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가 합동으로 과태료 등 상습 체납 차량 단속을 벌인 26일 적발된 운전자들은 각양각색의 변명으로 둘러대거나 역정을 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교 남단 밑 올림픽대로 잠실 방면엔 300m 간격을 두고 번호판 식별 시스템과 경찰·서울시 인력이 배치됐다.
1, 2차로를 지나는 차들의 번호판을 판독해 체납 차로 식별되면 경찰 등이 해당 차를 세우는 식이었다.
단속 시작 10여분 만에 첫 적발이 이뤄졌다. "체납 단속 나왔습니다. 신분증 제시해주세요"라는 경찰의 안내에 중년 여성 운전자는 순순히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이 차는 주·정차 위반 등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단속에 20회 걸려 발부된 과태료 104만3천원이 체납된 상태였다.
영등포구청 직원이 과태료 액수와 납부 절차를 안내하고 번호판 영치를 위해 차에서 번호판을 떼어냈다. 현재 목적지까지만 운행 가능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운전자는 "혼자 타는 차가 아니다 보니 과태료 나온 것도 모르고 그냥 타고 다녔다. 지금 병원 가는 길인데 다시 집은 가야 할 거 아니냐"며 "가난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으로 단속에 걸린 중년 남성은 자동차세 48만800원을 체납했다. 그는 "고지서나 전화통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구청 직원은 "6월과 11월에 고지서가 발송됐다"고 답했다.
이어 "알았으면 냈지. 최근에 김포로 이사 가서 고지서가 안 온 것 같다"는 그의 주장에 직원이 "2015년 자동차세"라고 응수하자 항의는 여기서 끊겼다.
가족이 차를 쓰다가 생긴 과태료나 자동차세 체납 사실을 몰랐다가 당황한 운전자도 여럿 있었다.
한 39세 남성은 어머니의 신호·속도 위반 6건에 따른 과태료 35만920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자리에서 바로 납부했다.
59세 남성은 아들 명의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자동차세 미납 때문에 적발되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놈 자식아 왜 자동차세를 안 냈느냐. 이게 무슨 망신이냐"고 퍼부었다.
경찰과 지자체에 각 속도위반 과태료 46만원, 자동차세 100만원가량을 내지 않았다가 연이은 번호판 영치 위기에 처한 운전자도 있었다.
박모(54)씨는 미납 자동차세 100만원 때문에 이날 차를 세운 후 "엊그제 밤에 경찰이 말도 없이 번호판을 가져가는 바람에 어제는 차를 못 써서 업무를 망쳤고 오늘 아침에 경찰서에 가서 번호판을 찾아왔는데 또 단속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박씨는 "제가 자동차세도 내려고 갔다가 사람이 많아서 그냥 왔다"며 "금요일까지 자동차세를 반드시 내겠으니 오늘은 절대 영치하면 안 된다"고 우겼다.
구청 직원은 박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사실로 확인되자 "오늘 번호판을 찾아오셨으니 일단 그냥 가시되 꼭 납부하시라"라며 박씨를 보내줬다.
경찰과 서울시는 이날 여의교와 상일 IC, 잠실대교 북단 등에서 단속을 벌였다. 오전 10시까지 여의교 지점에서만 차 8대(액수 432만원가량)가 단속에 걸렸다.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정석만 징수반장은 "15회 이상 상습 체납했거나 10년 넘게 안 내는 차도 허다하다"며 "단속은 모두가 함께 질서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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