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새로 출범한 중국의 새 지도부에 '중도'(中道)의 정치 지혜를 발휘해 경색된 양안관계를 풀어가자고 호소했다.
차이 총통은 26일 대만 대륙위원회가 주최한 '양안교류 30년 회고와 전망' 토론회에서 "중국에 대한 선의와 성의가 변하지 않고 과거의 적대적 관계의 길로 되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안 지도자가 함께 '융통성 있는 중도'의 정치지혜를 고수해 양안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집권 정당이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마치고 새로운 국면의 집권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 뒤 "역사적 부담울 내려놓고 선의의 대화를 통해 양안 인민의 행복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해야 양안 인민이 오랫동안 복지를 누리면서 적대감과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그러면서도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국가분열의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절대 용납치 않겠다"며 "그 어떤 형식의 '대만독립'을 도모하는 분열책동도 좌절시킬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한 회답이다.
시 주석은 또 '완전한 조국통일'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대만의 현행 사회제도와 생활방식을 존중한다며 대만측이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차이 총통은 하지만 이번 담화에서 중국 당국이 요구해온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인정 문제에서는 별다른 변화없이 기존의 현상유지 방침을 고수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 19차 당대회의 주요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날 양안관계에 대한 담화를 예고해왔다.
앞서 대만 집권 민진당도 전날 성명을 통해 "새로운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함께 이견을 조정하고 대화를 진행해 오판을 피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공동으로 지역 및 양안 평화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양측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담화에서 과거 국민당 정부가 불접촉·불담판·불타협의 이른바 '3불 정책'을 내세웠던 30년 전을 회고하며 재차 양안간 교류와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당시 양안간 왕래는 금기였고 불법이었지만, 중국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참전 용사들이 '집이 그립다'라고 쓰인 흰색 상의를 입고 반정부 시위를 벌일 당시 갓 창당한 민진당이 적극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도부 재편에도 양안관계가 평행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만은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차이 총통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마샬제도, 투발루, 솔로몬 등 남태평양 수교국들을 순방하면서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차례로 경유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모리아티 미국 재대만협회(AIT) 대표 등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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