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겨 페어 출전권 획득·IOC도 적극 협조…北 '결단'만 남아
北 참가 성사 때 응원단 동행도 관심…정부, 北 참가 총력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이 실현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한 신호가 잇따라 감지되고 있어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높이고 있다.
일단 북한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9월 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 피겨 페어 종목에서 렴대옥(18)-김주식(25) 조가 평창행 티켓을 확보했다.
북한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따지 못한 것은 물론 와일드카드 확보에도 실패해 참가하지 못했다. 지금은 북한이 출전권을 손에 쥔 이상 '결단'만 내리면 참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매우 적극적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그리스 올림피아경기장에서 열린 성화 채화식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참가할 기회를 주기 위해 기술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며 마지막까지 북한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력으로 출전권을 딸 수 있는 종목은 피겨 페어 말고도 쇼트트랙과 노르딕 스키가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앞으로 IOC를 통한 와일드카드 확보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북한도 '모양새 좋게' 선수단을 꾸려 평창에 보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6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차 방한했을 때 "정치가 열려야 스포츠가 된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던 장웅 북한 IOC 위원은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IOC 총회 때는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 문제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선수단 참가가 결정된 이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면 응원단이 동행할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응원단을 3차례 남쪽으로 보냈고 응원단은 오랜 분단으로 높아진 남북의 벽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개최 지자체인 강원도는 북한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의 참가가 대회의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북한의 참가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정부 내에는 북한의 참가가 북한의 연이은 대형도발과 북미 간 첨예한 '말전쟁' 속에 한껏 고조된 한반도 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분수령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기로 하면 선수단의 방남 경로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접촉이 필요하다. 연락 채널이 모두 닫히고 남측이 7월 제의한 군사당국·적십자회담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남북이 대화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반도운전자론'과 '베를린 구상'으로 압축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무력 질주 속에 좀처럼 빛을 볼 기회가 없었던 만큼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최대한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내년 봄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의 중단이나 축소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고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는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핵무력 완성 목표와 제재 대응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정세 변화 상황을 주시하며 막판까지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참가와 관련해서 예상할 수 있는 신호는 아직 말씀드릴 정도로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IOC 등과 최대한 협력하는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북한의 참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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