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메르스환자 코호트연구 최종보고'
"전세계 모든 신종 감염병에 대비태세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독 왜 한국에서 대유행했는지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병문안 문화·의료 전달 체계·정부의 초기 대응 시스템 등 개별적인 요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일으킨 것으로 여겨진다." (김우주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
"예전에 본인이 했던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국가가 뚫렸다'는 발언은 메르스 사태를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의료계·정부·국민 등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의 총체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표현이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앙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정두련 성균관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의학회가 2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주최한 '메르스 환자 코호트 연구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지난 2015년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사업으로 열린 이번 보고회는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 의료 시스템의 변화상을 조명하고, 향후 추가적인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만 186명이 확정 판정을 받았고, 그중 38명이 사망하면서국민에게 커다란 공포감을 유발했다.
국내 소비경제 위축·해외 여행객 유치 감소 등으로 당시 약 10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의 국가 감염병 대비·대응체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과거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토착 감염병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모든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 교수는 ▲ '발생 후 대응'(Response)이 아닌 '사전 대비'(Preparedness) 전략 수립 ▲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성 강화 및 콘트롤타워 구축 ▲ 지방자치단체·보건소·의료기관 간 소통 강화 ▲ 백신 등 신종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비 확충 ▲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대국민 소통 방안 마련 등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는 정부가 '다인실 병실' 확충을 의료기관에 권고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회가 감염병 대응에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체계를 수립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14번째 확진 환자를 시작으로 초유의 집단 확진(82명) 사태가 일어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삼성서울병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두련 교수는 "메르스와 같은 대규모 국가적 재난 사태를 경험한 적이 없다 보니 진료현장에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며 "이를 교훈 삼아 신종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정부와 의료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신속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은 "예전에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전임 사무총장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혼란을 겪지 않을 국가는 없으며 이를 교훈 삼아 후속조치를 잘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적이 있다"며 "이 말대로 우리 사회도 신종 감염병 대비를 위한 대책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