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국내 1호 하수처리시설인 중랑물재생센터 부지에 최근 업사이클링 허브인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국내 최초 하수도 과학시설인 서울하수도과학관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물을 주제로 꾸며진 물순환 테마파크도 조성돼 시민에게 깨끗하고 여유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물재생센터는 '물이 몸을 씻는 곳'이다. 즉 '물의 목욕탕'. 흔히 '하수처리장'으로 불린다. 더러워진 물인 하수와 분뇨는 이곳에서 맑고 투명하게 변신한다. 정맥을 따라간 피가 심장에서 깨끗해지듯 하수도를 따라간 물은 이곳에서 정화돼 도로 청소용, 냉각수 등으로 사용되거나 천(川)이나 강으로 유입된다.
물재생센터는 이렇듯 인간과 환경을 위한 필수 시설임에도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꼽힌다. 더럽다는 선입견과 물을 정화하며 발생하는 좋지 않은 냄새 때문이다. 서울에는 한강을 경계로 북쪽에 중랑과 난지, 남쪽에 탄천과 서남 등 총 4개의 물재생센터가 있다. 이들 물재생센터는 매일 1천만 서울 시민과 주변 지역 주민이 배출한 하수와 분뇨 총 569만t을 세탁하고 있다.
◇ 물이 몸을 씻는 곳, 물재생센터
서울 장한평에 있는 중랑물재생센터는 1976년 운영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 하수처리시설인 청계천 하수처리장이 있던 곳이다. 현재 서울 동북 지역과 의정부 일부 지역의 하수와 분뇨를 정화해 중랑천으로 배출한다.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던 이곳이 지금 '환경'과 '재생'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랑물재생센터의 부지 면적은 80만㎡. 여의도의 약 28%에 해당하는 크기다. 부지에 들어서면 새로 들어선 서울새활용플라자와 하수도과학관, 희고 붉은 코스모스가 피어난 꽃밭, 연못이 있는 공원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람에 가끔 실려 오는 비릿한 냄새가 이곳이 하수처리장이라는 사실을 겨우 깨닫게 한다.
한쪽에서는 하수를 침전시키는 공간과 여과시설, 방류구 등을 볼 수 있다. 방문객의 견학 공간으로 이용되는 이곳에서는 우리가 사용한 물이나 배출한 똥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수도과학관은 2009년부터 시작한 물재생센터 시설 현대화사업에 따라 마련됐다. 기존 하수처리시설 일부를 철거하거나 지하화하고 하수도 관련 전시장을 세운 것이다. 총면적은 2천365㎡(717평)으로 하수도 전시장(1층)과 어린이 체험·참여 시설(2층)로 구성돼 있다. 물론 이곳 지하에서는 하루 25만t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시설이 가동하고 있다.
김도근 중랑물재생센터 주무관은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해 악취를 없애고 지상 부지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 정화된 용수는 하수도과학관 주변 공원과 연못 등에 활용하고, 하수를 처리하며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에너지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재생 의미 전하는 전시공간·테마파크
하수도과학관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하수도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모헨조다로 유적의 배수와 하수 시설, 고대 로마와 폼페이의 하수 유적, 울산의 암거형 배수시설 유적 등 전 세계 역사 속 하수 시설 자료를 수 있다. 또 익산 왕궁리 유적의 대형화장실과 경주 동궁·월지의 배수로 모형도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의 청계천 공사 기록도 있다. 커다란 하수구 모양의 공간에 들어서면 100년 전 태평로와 남대문로 지하배수로, 덕수궁 내 지하배수로, 명동성당 근대배수로를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중랑물재생센터에서의 하수처리 과정을 엿보고 하수도 모형도 살펴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중랑물재생센터' 또는 '서울하수도과학관'에 관한 흥미로운 영상을 볼 수 있다.
2층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백제 시대 남성의 이동식 변기인 '호자', 조선 시대 왕의 변기인 '매화틀', 똥이나 오줌을 담아 나르던 똥지게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내 똥은 어디로 갈까'를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스티커 붙이기와 색칠하기를 통해 생활 속 하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과학관 3층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면 U 자 형의 비스듬한 공간이 나타난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설치돼 있다. 과학관 주변으로는 물순환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공원에는 연못과 물놀이터, 산책로, 실개천과 습지, 바람의 언덕 등이 있어 방문객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 폐소재에 디자인을 입히다
하수도과학관 맞은편에는 새활용플라자가 들어서 있다. '새활용'(Up-cycling)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버려질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특별한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폐방수천으로 세련된 디자인의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이 대표적인 새활용 업체다. 국내에도 코오롱의 새활용 패션 브랜드 'RE; CODE(래;코드)', 폐소재로 가방 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모어댄' 등이 있다.
새활용플라자는 바로 새활용 재료 기증과 수거, 가공, 제품 생산, 판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관련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는 복합 공간이다.
새활용프라자는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전체 조명을 LED로 설치하고, 에너지 사용량의 35%를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지하 1층에 있는 소재 은행. 새활용 제품에 사용되는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은 폐가구, 헌옷, 자투리 가죽, 폐주방용품, 폐차 부속, 폐타이어 등 20여 가지 새활용 소재가 어떻게 상품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앞으로 새활용 소재 정보를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새활용 소재 정보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다.
1층에는 전시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12월 10일까지 2017 서울새활용전 '지구를 위한 약속'이 열린다. 모어댄, 인라이튼, 터치포굿, 세컨드비 등 국내 새활용 기업과 조각 목제 가구를 제작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의 작품을 감상하며 새활용의 뜻을 음미할 수 있다.
2층에는 소재 라이브러리가 자리한다. 이곳에는 종이컵, 우유 팩, 두루마리 화장지 심 등 생활 속 소재를 비롯해 피혁, 원단, 목재, 금속 등 농업·광업·제조업 사업장의 소재, 토목·건설 현장의 소재 등이 종류별로 전시돼 있다. 한쪽에는 폐소방호스로 가방 등을 만드는 브랜드 '파이어마커스'의 제품들도 전시돼 있다.
3~4층에는 새활용 업체 32개가 입주해 있다. 폐자전거, 유리병, 폐자동차, 페트병, 가죽, 청바지 등 각기 다른 소재에 디자인을 입혀 새롭고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곳들이다. 방문객은 투명 유리창을 통해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거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정지은 세컨드비 이사는 이곳에서 자전거의 바퀴, 체인, 튜브 등을 이용해 조명, 필통, 장신구 등을 만들고 있다. 정 이사는 "새활용 상품 제작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버려지는 다양한 소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입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입주업체는 새활용 홍보를 위한 시민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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