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의 뿌리는 마르틴 루터였다

입력 2017-10-27 08:00   수정 2017-10-27 10:47

반유대주의의 뿌리는 마르틴 루터였다

신간 '마르틴 루터의 두 얼굴'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최근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프로테스탄트적 저항신학을 손에 들고 부패한 중세 가톨릭을 전복시켰다는 게 루터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루터의 고향 독일의 역사학자인 볼프강 비퍼만의 견해는 좀 다르다.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인 그는 신간 '루터의 두 얼굴'(평사리)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자축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

저자는 독일 개신교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국가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을 지지하는 주전(主戰)주의, 자본주의, 반유대주의, 반집시주의, 반페미니즘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뿌리를 루터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루터는 16세기 농민전쟁에서 제후들의 편에 섰다. 봉기한 농민들을 공격하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수천 명의 농민이 학살당했다.

1543년 출간된 루터의 저작 '셈 함포라스와 그리스도의 성에 관해'에서는 유대인을 "고삐 풀린, 나쁜 망나니로 이루어진 찌꺼기"라고 지칭하며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또 다른 저작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해'에서는 유대인의 종교 서적을 빼앗고, 그들의 회당을 불태우며, 재산은 몰수하자고 역설한다.

루터는 교황청의 폐습을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했지만, 정작 가톨릭의 마녀 미신은 극복하지 못한다. 그는 마녀를 '악마의 나쁜 창녀', '우유를 훔치고 악천후를 만들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존재'라고 묘사한다.

또한 "부인이나 처녀가 잘난 체할 때만큼 꼴사나울 때가 없다", "아내가 지닌 가장 위대한 명예는 언제나 남자들이 그녀에게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등 반페미니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루터는 여성들 안에서 오로지 가정주부와 어머니만을 보고 싶어 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이처럼 루터의 발언과 저작을 조목조목 분석한 뒤, 그의 유산을 무비판적으로 계승한 독일 교회의 흑역사를 재조명한다. 반기독교적인 나치가 등장할 때 교회가 이를 묵인하고,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박해에 침묵하는 죄를 짓지 않았느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옮긴이 최용찬은 "비퍼만의 책은 독일 역사학자의 철저한 고증작업의 성과물인 동시에 독일 개신교도의 처절한 자기반성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제는 '루터의 유산'(Luthers Erbe). 278쪽. 1만6천원.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