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구 역투 양현종, 1-0 완봉승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
가을 하늘 수놓은 명품 투수전…장원준도 7이닝 117구로 무실점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양현종(29·KIA 타이거즈)은 8회 말 두산 베어스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위풍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환호성이 쏟아지는 관중석을 향해 양현종은 더 크게 소리치라는 것처럼 양팔을 뻗어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경기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구위에 팬들을 열광시키는 몸짓까지. 한국시리즈 2차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을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째 완봉승이며, 사상 최초로 1-0 경기 완봉승 투수로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1차전에서 먼저 1패를 떠안았던 KIA는 에이스 양현종의 역투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을 동률로 맞추고 서울로 향한다.
정규시즌 20승으로 KIA 마운드를 책임진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1회 첫 타자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긴 휴식기의 후유증을 노출했지만, 후속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양현종의 역투는 2회에도, 3회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KIA 타선은 거듭해서 무득점에 그쳤다.
오히려 0-0의 팽팽한 승부가 양현종의 긴장감을 깨웠다. 두산 강타선은 경기 후반이 돼도 양현종의 강속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드디어 KIA 타선이 8회 말 결정적인 1점을 냈다. 양현종은 9회 초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은 첫 타자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김재환에게 우전안타를 내줘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다음 상대는 이날 양현종을 상대로 유일하게 2안타를 때린 오재일. 양현종은 과감하게 정면 대결을 펼쳐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양현종의 마지막 상대는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날카로운 파울을 때리며 양현종을 몰아붙였다.
양현종은 피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직구 승부를 펼쳤고, 11구 만에 강력한 몸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엮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가을 남자'로 거듭났던 장원준(32)도 호투를 펼쳐 명승부의 '조연' 역할을 했다.
장원준은 KIA 타선을 7이닝 동안 4피안타 5볼넷 4탈삼진으로 묶어 실점하지 않았다.
상대 선발 양현종이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두산 타자를 윽박지르는 사이, 장원준은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워 노련하게 KIA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장원준은 1회부터 7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명품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1회부터 위기였다. 이명기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장원준은 김주찬을 병살로 요리했지만, 로저 버나디나에게 볼넷과 2루 도루를 연달아 내줬다.
장원준은 실점 위기에서 4번 타자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요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3회에도 1사 1루에서 김주찬에게 병살을 유도했고, 4회에는 무사 1루에서 1루 주자 버나디나를 견제로 잡아내기도 했다.
장원준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동안 양현종도 무실점 행진을 펼쳐 0-0의 팽팽한 균형은 7회까지 이어졌다.
장원준은 마지막 이닝이 된 7회 선두타자 안치홍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 후에는 김선빈에게까지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안타 하나면 균형이 깨질 상황에서 장원준은 이명기를 내야 땅볼로 처리해 임무를 마쳤다.
장원준의 통산 한국시리즈 성적은 3경기 23⅓이닝 평균자책점 0.77이 됐다.
그러나 장원준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나온 팀의 1실점 때문에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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