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에 두 팔을 흔든 것은 "팀이 조금이나마 힘이 났으면 해서"
1-0 완봉승 견인…"6회 김재환 타석이 가장 큰 고비"
"장원준 선배와 대결 영광…좋은 컨디션 유지"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양현종(29)은 한국시리즈 첫 번째 우승 당시인 2009년의 자신에 대해 평소 '코흘리개'라고 표현한다.
당시까지 '미완의 대기'였던 양현종은 배울 점이 많았던 투수였고, 그를 선발 투수로 길러낸 칸베 토시오(74) 코치에게 불호령을 듣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8년. 양현종은 에이스로 성장했고, KIA를 떠났던 칸베 코치는 제자의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을 보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양현종은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9이닝 122구 11탈삼진 역투를 펼친 끝에 1-0 완봉승을 이끌었다.
두산 타자들을 짚단 쓰러트리듯 헤쳐나가던 양현종은 7회와 8회 이닝 교대 때 관중석을 향해 한 번씩 손짓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더그아웃 위를 가리킨 건 가족, 홈 쪽 가리킨 건 (칸베) 코치님을 위한 것이었다. 오늘 구장에 딸과 가족이 모두 왔다. 함께 해서 힘이 났다. 코치님은 '이기는 경기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오늘 꼭 이기고 싶었다. 코치님이 계실 땐 '나이스 피칭'이라는 얘기 한 번도 못 들었다. 항상 채찍질하고 부족하다고 하셨다. 그만두고 오셨을 때야 '나이스 피칭'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마냥 어린 내가 아니라 에이스로 한 게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122구는 정규시즌에 던져도 녹초가 될 만큼 적지 않은 투구 수다.
하물며 긴장감이 극에 달한 한국시리즈에서는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
양현종은 "야구 하며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것도, 집중한 것도 처음이다. 7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이대진 코치님이 계속 가자고 하셨다. 8회 점수가 난 덕분에 9회까지 던졌다"고 말했다.
평소 세리머니를 자주 하지 않는 양현종이지만, 이날 8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에는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보였다.
그는 "우선 두산 팬과 선수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저희 팀이 조금이나마 힘이 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했다. 저도 모르게 리액션이 크게 나왔다. 하고 나서는 '이 정도까지 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운 좋게 점수 뽑아줘서 이겼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현종의 '완봉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6회 김재환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을 최대 고비로 꼽으며 "재환이는 시리즈 내내 힘이 좋았다. 왼손 투수로 왼손 타자에게 던질 구질이 한정돼 있어 가장 집중해 상대했다. 낮게, 깊숙하게 던지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9회 말 2사 후 12구 대결을 펼친 양의지에 대해서는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 최고의 포수고 힘 있는 타자다. 실투만 안 던지자고 생각했다. 변화구보다는 직구로 힘 있게 대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포수 한승택과의 호흡도 좋았다.
양현종은 "작년 와일드카드 때 함께 해보고 나이도 어리지만 대단한 포수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다. 오늘도 흠잡을 데 없는 리드를 했고, 안 좋을 때마다 와서 얘기도 해줬다. 장래가 밝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양현종은 상대 선발 장원준과 대결을 떠올리며 "우리나라 최고 좌완 투수 원준이 형과 대결해 영광이다. 이기고 싶었다. 언제 다시 나갈지 모르겠지만, 좋은 컨디션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