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환영하지만 입법화가 우선"…가맹본부 "본부에 지나친 부담"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27일 가맹본부의 '갑질' 관행을 개선하고자 마련한 자정혁신안은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정안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하는 차원이어서 단체 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회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을 고의로 회피하거나 방해하는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협회 제명 등 자체 징계를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맹점 100곳 이상 가맹본부 344곳 중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된 비율은 14% 수준에 불과하다. 협회는 이 비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되더라도 단체의 논의 결과가 가맹본부에 얼마나 반영될지 알 수 없어 형식적인 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정안의 '가맹점사업자의 현행 10년 계약갱신 요구권 기간 폐지'는 가맹점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현행 가맹사업법을 개정하기 전까진 가맹본부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또, 가맹본부 난립을 막기 위해 가맹본부 요건을 '2개 이상의 브랜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로 강화하는 방안도 입법화가 선결돼야 하는 부분이다.
'프랜차이즈 공제조합 설립'이나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목 최소화' 등도 업체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다
협회는 법제화가 가능한 자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자정안 실행력을 확보할 방안과 관련해 "모범규준을 실천하는 가맹본부보다는 그렇지 않은 가맹본부를 좀 더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불성실한 가맹본부에 대한 압박을 시사했다.
가맹점주들은 자정안이 권익 보호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입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0년 계약갱신 요구권 기한 폐지,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 등은 굉장히 환영할만한 내용"이라고 평가하면서 "발표된 내용이 제대로 신뢰받으려면 정기 국회 안에 빨리 입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다만 "가맹점사업자단체를 프랜차이즈협회 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은 부정적"이라며 "가맹본부들의 모임인 협회에 소속된다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협회가 본부-점주 간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분쟁을 협회 자체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해서 위임하는 등의 방안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맹본부 쪽에선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협회에 불공정거래 예방센터를 설치한다는 데 공정위에도 있는데 협회에도 만들면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 폭리근절이나 필수품목 문제 등은 프랜차이즈 업종이 식품이냐 학원이냐 등에 따라 다르므로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며 "자정안에는 가맹본부의 의무만 강조됐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가맹점주의 의무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식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전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다"면서 "이런 자정안에 가맹본부가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sungjinpark@yna.co.kr, gatsb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