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선언한다고 진짜 독립할 수 있을까

입력 2017-10-27 10:49   수정 2017-10-27 14:55

카탈루냐 독립선언한다고 진짜 독립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분리독립 행보를 두고 갈등을 빚은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치킨게임'이 종국에 도달한 모양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극적 타결을 위한 카드로 검토한 자치의회 조기선거안을 포기하면서 논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치의회가 푸지데몬 수반의 위임을 받아 선거안을 논의하지만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중앙정부가 독립 계획을 버리지 않으면 강행하겠다고 경고한 대로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을 몰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직접통치를 받게 되면 독립을 선언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독립선언과 실제 독립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해설기사를 통해 현재 위기와 전망에 대한 일반적 견해를 소개했다.


◇중앙정부의 직접통치는 어떤 방식

일단 푸지데몬 수반이 해임되고 카탈루냐 의회가 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정부에서 임시로 파견된 관리나 지사가 카탈루냐의 행정을 지휘하며 6개월 이내에 지방의회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세무당국을 장악하고 세계 각지에 있는 카탈루냐 공관들을 폐쇄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경찰 조직인 모소스 데스콰드라를 지휘체계에 편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달 초 독립 주민투표를 일부 모소스 데스콰드라 요원들이 방조한 만큼 이들이 실제로 중앙정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푸지데몬은 카탈루냐 장악력을 상실했나

더 타임스는 푸지데몬 수반이 연립정권 장악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연정 내부에서 온건파와 급진파의 알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탈루냐에서는 조기선거를 지지하던 온건파와, 푸지데몬 수반이 독립을 선포하지 않으면 제휴를 끝내겠다는 급진파들이 내홍을 빚고 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내에서 중앙정부와의 대화, 조기선거를 지지하던 산티 빌라 재무장관은 반대파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날 사직서를 던졌다.다른 온건파 의원 3명도 거리에서 분리주의자들에게 호된 비난을 받았으며 카탈루냐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가 점점 약화하는 게 사실이다.




◇중앙정부 직접통치에 대한 카탈루냐 주민 반응은

분리주의자들은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중앙정부 직접통치에 대응해 독립을 선언한다면 크게 기뻐하겠으나 잔류파 주민들은 경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치러진 카탈루냐의 독립 주민투표 결과를 보면 찬성이 90%였으나 투표율이 42%에 그쳤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투표를 보이콧했다는 분석, 독립시위와 맞불시위가 함께 열린 분위기를 고려할 때 독립에 대한 750만 카탈루냐 주민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타임스는 대규모 독립시위가 있기는 했으나 분리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직접통치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주민들이 현 사태에 신물이 날 때 분리주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독립선언으로 독립이 가능할까

카탈루냐의 독립선언 가능성은 크지만 그 선언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르투르 마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해 경험이 많은 다수 분리주의자도 카탈루냐는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시인한다.

이들이 제기하는 공통된 이유는 새로운 국가를 건립할 구조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팩트체크'를 통해 카탈루냐가 국기, 자치의회, 자치정부 수반 등 웬만한 소국에 필요한 형식요건은 갖췄다고 진단했다.

자치경찰, 무역·투자를 진흥하는 소규모 해외공관, 건강보험이나 교육 등 공공 서비스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탈루냐는 독립국이 되는 데 필요한 출입국 관리소, 세관, 중앙은행, 항공교통관제, 국방, 외교 등 인프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에서 부유한 자치 지구임에도 신생국의 형태를 갖추는 데 드는 재원을 조달할 능력도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BBC방송은 카탈루냐가 독립과 함께 유럽연합(EU)을 떠나 EU 단일시장 접근권, 유로화 사용권을 잃는다면 자생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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