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유닛'·'스트레이 키즈'·'믹스나인' 맞불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4개월 만에 다시 활기를 띤 아이돌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들은 지난 한여름 밤을 발칵 뒤집어놨던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KBS 2TV가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엠넷이 '스트레이 키즈', JTBC가 '믹스나인'이라는 새 프로그램들을 나란히 내놓은 가운데 각각의 특징과 시청자 타깃층, 성패 요인을 분석해봤다.
◇ 중고 신인, 실력으로 신선함 부족 극복할까…'더 유닛'
과거 한 차례 데뷔했지만 현실의 쓴맛을 본 '경력직 아이돌'이 출연하는 만큼 노련함이 '더 유닛'의 최고 강점이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이미 '준비된' 인물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 첫 방송 전부터 출연자들의 무대를 잇달아 공개하며 물량 공세를 폈다.
데이식스 전 멤버 임준혁,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솔로로 활동했던 주, SM루키즈 출신 지한솔, 연기자로도 활동하는 유키스 준, 가수 미나의 연인으로 유명한 류필립 등 이미 팬덤이 있는 스타도 적지 않아 고정 시청자층도 확보했다.
또 남녀 출연자가 고루 포진한 데다, KBS 채널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청 층이 타 프로그램에 비해 넓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MC를 맡은 비부터 가수 황치열, 현아, 태민, 산이, 조현아 등 막강한 '크루' 군단도 힘을 더한다.
그러나 문제는 신선함이다. '프듀2'의 흥행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새로운' 얼굴들을 '내가 키운다'는 것이었다. '더 유닛'도 '시청자가 키운다'는 포맷은 그대로지만 출연진의 신선함은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출연자의 '과거사' 분량을 늘리기 쉬운데,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29일 "출연자의 실력을 조명하기보다 실패를 회상하며 눈물 흘리는 작위적인 연출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역효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전원 데뷔 또는 좌절, 긴장감 조절이 관건…'스트레이 키즈'
세 가지 프로그램 중 지난 17일 가장 먼저 첫발을 뗀 '스트레이 키즈'는 최고 걸그룹 트와이스를 탄생시킨 '식스틴'의 후속작이라 기대를 모은다.
게다가 이번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늘 이끌어온 엠넷과 각종 오디션에서 익숙한 프로듀서 박진영의 만남이니 기본적인 기대치가 높다.
또 첫회에 출연자들이 남자 연습생들로 결정되면서 JYP엔터테인먼트의 '남돌'(남자 아이돌) 활동이 잠시 끊긴 지금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습생 신분이지만 '헬리베이터' 등 영상을 본 후 이 정도면 '완성형'이나 다름없다며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시청층은 기존에 엠넷을 주로 보는 '1534(15∼34세)층'에 'JYP 팬덤'이 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 특징 중 특히 눈길을 끄는 포맷은 '전원 데뷔 또는 전원 데뷔 좌절'이다.
탈락자가 발생하는 서바이벌 방식이 아닌 만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어 이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이들이 꼭 한 팀으로 데뷔하기를 바라는 팬층을 확보할 수 있고, 멤버들도 방송 기간 팀워크를 다진 후 바로 데뷔하면 프로그램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남녀 대결, 그리고 '양현석'…'믹스나인'
29일 첫 방송하는 '믹스나인'은 '스타 제작자'인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과 '스타 PD'인 한동철 PD가 뭉쳐 화제성이 높다.
전날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대표곡, 400여 명의 출연자도 베일을 벗으며 방송 전 한층 열기를 돋운 상태다.
출연자 중에는 '프로듀스101' 시즌1과 시즌2, '소년24' 등 오디션을 경험한 연습생과 스피드, 씨클라운, 페이버릿 등 그룹 활동을 해본 참가자들도 적지 않아 중고생과 20대 초반 위주의 팬덤도 구축된 상황이다.
한동철 PD 특유의 빠른 전개와 재미 위주의 편집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 9인조 팀과 여자 9인조 팀이 성별 대결을 통해 한 팀만 데뷔하는 구도도 흥미롭다. 방송가에서는 속칭 '악마의 편집'을 위한 완벽한 판이 깔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여기에 '프로듀서 양현석'이란 브랜드 파워가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방송가 관계자는 "출연자들보다 양현석 대표에게 프로그램의 초점이 과도하게 맞춰지면 프로그램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 앞에 설 무대를 갖기 어려운 많은 참가자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사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우려된다"며 "각자 고유의 콘셉트로 재능 있는 엔터테이너들을 많이 발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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