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 조사…MS·IBM·페이스북도 20위권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구글이 최근 3년 사이 유럽연합(EU)에서 이례적인 로비 공세를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EU 고위층을 면담한 횟수가 외국계 기업 중에서 1위였다.
29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유럽 내 기업 및 경제단체가 2014년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로비 목적으로 EU 집행위원회 고위자와 면담한 횟수를 집계해 이런 결과를 공개했다.
구글은 이 기간 157차례 EU 고위층과 만나 현지 경제단체인 비즈니스 유럽(170회)에 이어 두 번째로 면담 횟수가 많았다. 외국계 기업 중에선 최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85회의 면담 횟수를 기록해 전체 8위,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이들 회사 외에도 EU 면담 횟수 20위권 안에 든 외국계 기업은 대다수가 미국의 주요 IT 기업이었다. IBM이 81차례 면담으로 전체 12위, 페이스북이 69차례로 17위에 들었다.
비(非) IT 부문 외국계 기업으로 20위권에 든 사례는 미국의 GE(73차례·16위)가 유일했다.
이처럼 구글 등 미국 주요 IT 기업이 EU 로비에 열중하는 이유는 불공정 행위 논란 등 규제 현안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글은 검색 서비스의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올해 6월 EU로부터 과징금 24억2천만 유로(약 3조1천800억원)를 부과받은 바 있다. 페이스북은 2014년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할 당시 EU 당국에 허위 정보를 보고한 혐의로 올해 5월 1억1천만 유로(1천445억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미국 IT 기업의 '로비 열정'은 자국에서도 여전하다. 영국 가디언지 일요판인 '업저버'는 지난달 3일 자 기사에서 구글, MS,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5대 IT 기업이 현재 워싱턴 로비에 쏟아붓는 돈이 전통적인 로비 강자였던 금융업계(월가)의 2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IT 업계는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술 기업이란 본래 정체성 때문에 정관계 로비에는 사실상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터넷·모바일 혁명으로 구글 등 선두 주자의 시장 지배력이 급증하며 독과점 지적이 불거지고, IT 업체가 쇼핑·금융·콘텐츠·물류 등 여러 영역에 진출해 논란을 빚는 경우가 늘어나며 로비 수요가 치솟았다.
한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로비 합법화가 안 된 탓에 IT 기업이 실제 얼마나 '비공식적'으로 정관계와 소통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IT 업계 일각에서는 특히 하드웨어와 인터넷 플랫폼(기반 서비스)의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강력한 대관 부서를 운영하며 정관계에 대해 만만찮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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