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원윤종 서영우·스켈레톤 윤성빈, 홈 이점 살려 금메달 도전
'배추밭 소년' 스노보더 이상호, 한국 스키의 희망
컬링 대표팀, '이변의 주인공' 될까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과거보다 다양한 종목의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동안은 쇼트트랙이 주된 메달밭이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연아 덕분에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도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 유치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남의 축제로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심기일전하고 정부와 기업의 후원이 잇따르면서 이제는 봅슬레이스켈레톤, 스노보드, 컬링 등에서도 세계와 실력을 겨뤄볼 수 있게 됐다.
◇ 봅슬레이·스켈레톤 '한국은 더는 썰매 불모지 아니다' = 썰매가 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다.
이후 썰매는 모양과 타는 방법 등에 따라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로 나뉘었다.
평창올림픽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은 올림픽 메달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그동안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전유물 같았던 썰매 종목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원윤종(32)-서영우(26)는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부문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세계 썰매계를 놀라게 했다.
두 선수는 스타가 됐고, 평창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았다.
하지만 2016∼2017시즌에는 5위에 그쳤다. 이것도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 꾸준히 포인트를 쌓았기에 가능한 등수였다.
선수들이 자잘한 부상에 시달리고 썰매 날을 관리하는 외국인 엔지니어가 대표팀을 떠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윤종-서영우는 비시즌인 올해 봄, 여름, 가을 마음을 추스르며 체력을 키웠고,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지독한 실전 훈련을 소화했다.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며 "하계훈련을 잘 버티고 최근 실전 슬라이딩을 하면서 굉장히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23)은 세계 남자 스켈레톤계에서 '2인자'로 통한다.
평창올림픽에서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는 별명을 지닌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썰매는 홈 이점이 큰 종목이다. 홈 트랙에서 수없이 반복 훈련한 개최국 선수가 크게 유리하다.
두쿠르스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성빈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 '배추밭 소년' 이상호, 세계 정상 노린다 = 스노보드에서는 평행대회전에 출전할 이상호(22)가 주목받는다.
이상호는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한국 스키의 '희망'이다.
그는 2014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올라 이름을 알리더니, 2015년에는 주니어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원도 사북고등학교 출신 이상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권유로 스노보드를 접했으며 특히 어린 시절 강원도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을 주로 이용해 '배추밭 소년'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성인 무대로 건너온 뒤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기량을 겨루는 월드컵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던 이상호는 올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라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3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스키가 FIS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이상호가 최초다.
이상호는 11월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며 12월 중순 개막하는 이탈리아 월드컵으로 2017∼2018시즌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평행대회전의 최보군(26) 역시 메달 기대주다.
최보군은 터키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이상호와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
◇ 한국 컬링 대표팀, 이변의 주인공 될까 = 컬링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컬링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2014년 소치 대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첫 올림픽에서 3승 6패로 10개 팀 가운데 8위를 차지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구성원 간의 화합과 협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컬링은 개인을 선발해 대표팀을 꾸리는 게 아니라 팀 자체를 대표팀으로 선발한다.
소치올림픽 때는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경북체육회가 남자팀, 여자팀, 믹스더블까지 전 종목 대표팀을 배출했다.
장반석 감독이 이끄는 경북체육회 남자 컬링팀(김창민, 성세현, 오은수, 이기복, 김민찬)은 강원도청(김수혁, 박종덕, 유민현, 남윤호, 김태환)을 꺾고 태극마크의 주인이 됐다.
여자 4인조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경북체육회가 '여고생 돌풍'을 일으킨 송현고를 꺾고 태극마크를 지켜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경북체육회 여자팀은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등 모두 김 씨로 구성돼 국제대회에서 '팀 킴(KIM)'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기정·장혜지로 구성된 경북체육회 믹스더블팀은 3년 연속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했다.
한국 대표팀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컬링 경기에서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지금도 얼음판 위에 땀방울을 쏟고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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