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해보니 정권교체 실감 나네"…야당 된 한국당 '격세지감'

입력 2017-10-27 18:07  

"국감해보니 정권교체 실감 나네"…야당 된 한국당 '격세지감'

"국감자료 요청했다가 기업인한테 협박당하고 공무원한테 욕설 듣고"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9년 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현실을 여실히 절감해야 했다.

무엇보다 '야당이 되니 국감 준비의 첫 단계인 자료 요청부터 애를 먹는다'는 호소는 한국당에서 가장 많이 들려오는 목소리 중 하나다.





일례로 정용기 의원은 자료요구를 했다가 관련 인사로부터 협박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국감장에서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5일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시에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자료를 요구했더니 이 사업과 관련된 기업인이 찾아와 낙선 운동을 하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정 의원은 "해당 기업인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며 "어떻게 서울시에 대한 자료요구가 바로 기업인에게 전달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시장은 "자료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세한 경위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욕설을 하면서 논란이 된 일도 있다.

박명재 의원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보좌관이 전화로 공공정책국에 자료를 요청하자 담당과장이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고, 통화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좌관, 또라이 아냐'라며 욕설을 했다"고 따졌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침에 보고를 받기로는 해당 직원이 통화가 끊어졌다고 생각해 그랬던 것 같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보좌진은 27일 "정부가 분명 우리에게는 제출할 수 없다고 한 자료가 며칠 뒤에 보니 여당 의원실에 제공돼 있더라"면서 "야당이 되니 국감 준비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론했다.

한국당이 집권 시절 임명된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기관장과 한국당 의원이 고성을 주고받은 장면 역시 한국당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씁쓸한 한 장면으로 다가왔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강원랜드 국감에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고성을 주고 받으며 거친 설전을 벌였다.

검사 출신인 함 사장은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캠프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2008년 '친박연대'로 적을 옮겨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까지 역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도중 정 의원이 함 사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함 사장이 "다음 질문 하시죠"라고 받아쳤고, 이에 발끈한 정 의원이 다시 "국회의원 할 때 그따위로 질의를 받았느냐"고 호통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함 사장은 정 의원에게 "지금 나한테 반말합니까"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한국당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공공기관 임원이 한때는 같은 편이었던 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는 것을 보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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