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 음모론…기밀해제로 오히려 미스터리 증폭

입력 2017-10-27 18:37  

케네디 암살 음모론…기밀해제로 오히려 미스터리 증폭

CIA·FBI, 막판에 공개 만류…NYT "트럼프가 결국 굴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김아람 기자 = 26일(현지시간) 공개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기밀분서에서 '결정적' 내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음에 따라 그의 암살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국가안보'를 이유로 300여건의 문서는 향후 180일간 공개를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개 보류된 300여건의 내용이 과연 무엇인지와 함께 공개 보류 이유를 둘러싸고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한 미스테리가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CIA 공작·KBG 사주·쿠바 개입…50년 이상 이어진 음모론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22일 금요일 낮 12시30분 텍사스 댈러스 시내 중심가인 '딜리 플라자'를 무개차를 타고 통과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절명했다.

암살 사건을 수사한 '워런위원회'는 1964년 이 사건이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고 배후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당시 사건을 들여다보면 단 한명의 저격범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의심스런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종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CIA가 케네디 전 대통령의 CIA 개혁 또는 해체 구상을 막기 위해 그를 제거했다는 설에서부터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복수하기 위해 암살을 모의했다는 설이 나왔다.

공산주의자였던 오즈월드가 냉전 시기 미국과 경쟁 관계였던 소련의 KGB로부터 사주를 받아 암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케네디 전 대통령의 베트남 철수 계획에 반발한 군산복합체들이 대통령 경호실과 마피아 간의 연줄을 동원했다는 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의 마피아 소탕령을 막기 위해 마피아가 '거사'에 나섰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렇듯 꼬리를 무는 음모론은 각종 영화와 책, 다큐멘터리 등의 발간으로 이어지며 사후 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음모론 풀릴까…"진짜 정보는 비밀로 남았다"

이날 공개된 문서 2천891건은 양으로만 보자면 엄청나다. 수천 건의 FBI 국장의 몇 년 치 메모를 비롯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인터뷰, 수천 건에 달하는 현장 보고서와 전보 등 방대한 양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해제 시한 막판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300여건의 자료는 기밀해제를 보류하기로 결정해 암살 음모론을 잠재울 만한 '폭탄급' 폭로는 없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물론 방대한 자료 분석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일단 공개된 내용들을 대략 보면 CIA의 쿠바 카스트로 전 의장 암살작전이라든가 오즈월드와 KGB의 접촉설 등은 모두 이미 수년전에 공개됐거나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의 공개 여부는 향후 180일간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즉 공개시한을 내년 4월26일로 연장한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역시 기밀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부 자료는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

2013년 저서 '케네디 반세기:대통령직, 암살, 그리고 지속되는 JFK의 유산'을 발간한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학연구소장은 CNN에 "좋은 정보들은 비밀로 뒀고, 우리가 얻은 것은 수많은 루머와 다듬어지지 않은 기밀정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수많은 조각을 하나로 모으려면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번 '일부 공개'가 음모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애초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일부 문서 공개를 보류한 이유가 '국가안보'를 우려한 CIA, FBI 등의 요청 때문으로 전해졌는데 바로 이 CIA와 FBI 등도 케네디 암살 배후로 거론된 기관들이라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음모론 애호가'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CIA와 FBI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평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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