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카탈루냐 수반, 스페인 직접통치에 '민주적 저항' 촉구(종합3보)

입력 2017-10-29 01:17  

해임 카탈루냐 수반, 스페인 직접통치에 '민주적 저항' 촉구(종합3보)

"독립 국가 건설 위해 계속 노력"…'항전 의지냐 출구 모색이냐' 해석 분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해 해임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이 자치정부 해산과 카탈루냐 직접 통치라는 초강수를 둔 스페인 정부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스페인의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분리 독립 행보를 이끌고 있는 푸지데몬 수장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28일 오후 스페인 '라 섹스타' TV를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동시에 최대한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카탈루냐에 직접 통치권을 발동한 스페인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민주 사회에서 정부 각료를 선출하고, 해임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이라는 말로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과 각료 해임이 무효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카탈루냐 직접 통치의 근거로 사용된)헌법 155조의 적용에 민주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카탈루냐 시민들에게 인내심과 자제력,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과, 독립에 반대하는 동료 시민들을 향한 폭력과 모욕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직접 통치를 개시한 이후 공식적으로 행한 첫 발언에서 푸지데몬 수반이 스페인의 직접 통치에 대한 '민주적 반대'를 언급한 것은 그가 자신의 해임을 비롯한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사실상 불복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푸지몬테 수반이 사용한 '민주적 반대'라는 단어에 주목하며, 이는 그가 오는 12월21일 시행되는 선거 운동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카탈루냐 역사에 정통한 웨일스의 카디프 대학의 앤드류 도울링 교수는 AP통신에 "푸지몬테 수반의 성명은 모호하고, 부정확할 뿐 아니라, 새로운 나라의 수반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실제로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향후 스페인 정부에 저항할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푸지데몬 수반을 비롯한 카탈루냐 자치정부 고위 각료는 반역죄로 체포돼 최대 3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스페인 검찰은 푸지데몬 수반 등을 이르면 오는 30일 반역죄로 기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속해있는 스페인 집권당은 푸지데몬 수반의 이날 연설에 대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끝없는 무책임을 보여준다"고 냉소했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관보에 "스페인 정부 수반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부여된 역할과 권한을 맡는다"고 게재, 카탈루냐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27일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가결하자 스페인 상원은 카탈루냐에 대한 직접 통치안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스페인 정부는 상원 승인에 이어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을 선언했고, 푸지데몬 수반을 비롯한 카탈루냐 자치정부 각료들을 일제히 해임했다. 또, 오는 12월21일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 시행도 결정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관보 게재와 함께 카탈루냐 직접 통치의 책임자로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를 임명했다.

사엔스 부총리는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새 정부를 뽑는 지방 선거일로 선포한 12월21일까지 치안, 재정을 포함한 카탈루냐 제반 행정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아울러 이날 카탈루냐의 자치경찰 조직인 1만7천여 명의 '모소스 데스콰드라'의 수장인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의 해임도 발표했다.

트라페로 청장은 지난 1일 치러진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 당시 투표함·투표용지를 압수하고, 이를 방해하는 사람을 체포하라는 스페인 검찰의 지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카탈루냐 분리 독립 진영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스페인 정부는 그가 반역 선동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해임 사유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 마드리드의 중심 광장에서는 이날 카탈루냐의 일방적인 독립 국가 선언에 분노한 군중 수 천 명이 모여 앞서 '푸지데몬을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스페인의 통합을 촉구했다.

29일에는 바르셀로나에서도 대규모 독립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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