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현대자동차에 강성 집행부가 출범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도 강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 울산을 대표하는 두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 전체 조합원 1만2천887명(투표자 1만1천98명·투표율 86.12%)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선거에서 강성 노선인 '분과동지연대회의'의 기호 1번 박근태 후보가 5천441표(49.03%)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1차 선거에서 후보 4명 중 과반 득표율을 얻으면 위원장에 당선되지만, 박 후보는 과반에 0.97%가 모자라 1차 선거의 1, 2위 득표자가 겨루는 결선에서 다시 조합원의 선택을 받게 됐다.
31일 시행될 결선 투표 상대는 중도 노선인 '민주현장연대'의 기호 2번 황재윤 후보로 1차 선거에서 2천922표(26.33%)로 2위를 차지했다.
결선 투표 결과는 알 수 없으나, 1차 선거에서 과반 가까운 득표를 한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커 보인다.
박 후보가 소속된 분과동지연대회의는 현 백형록 노조위원장을 배출한 강성 현장조직이다.
박 후보가 노조위원장에 선출된다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2013년 말 정병모 위원장 선출로 20년 만에 강성으로 바뀐 후 3대째 잇달아 강성 집행부가 집권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파업 후 정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이 기록이 깨졌다.
각각 2년 임기 동안 정 위원장은 13차례, 백 위원장은 62차례 파업을 벌이는 등 회사와 유례없는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강성노조가 집권하면 조선업 침체 속에 2년째 표류 중인 노사협상과 심각한 갈등을 겪는 노사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단협 등에서 노사 대화가 여의치 못하면 파업 등 강경한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불황 속 신인도 악화로 이어져 경영 정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상공계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출신인 강성의 하부영 노조위원장을 당선시켰다.
이 회사도 새 노조 집행부와 31일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한 예정이지만, 가시밭길 협상이 전망된다.
하 위원장은 최근 유인물에서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매달리며 연내 타결이라는 시간에 쫓겨 졸속합의는 하지 않겠다"며 "파업이 필요하면 할 것이고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을 마련해 당당히 돌파하겠다"고 강경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이어서 협상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조합원들은 회사 측의 입장보다 조합원을 먼저 대변할 수 있는 강한 노조를 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 측이 어떻게 노사관계를 만드느냐 따라 충분히 대화와 타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위기극복을 위한 회사의 노력에 새 노조 집행부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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