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차이잉원 순방에 美·대만 어떤 꿍꿍이 있을 것"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남태평양 수교국 순방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한 데 대해 중국이 대만과 미국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과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30일 사평(社評) 등을 통해 차이 총통의 이번 방문을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공격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순방이 하와이와 괌을 모두 경유하는 일정이라고 지적하며 "수교국 방문을 핑계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대만이 가장 좋아하는 수법이고 미국과 대만의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에 외교적 교섭을 제기하고, 차이 총통에게도 미국령 경유에 대한 경고를 함으로써 양측 모두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과의 게임을 위해 대만과 함께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틈새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지금 대만의 이런 행동을 잡지 못한다면 당분간 대만 당국의 각종 장난질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환구시보는 "미국 연방정부가 이번 방문을 차이 총통의 개인 신분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대만이 미국령을 경유하는 것이 무슨 승리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이야말로 '아큐의 정신승리법'과 같다"고 덧붙였다.
루쉰(魯迅·1881∼1936)의 소설인 아큐정전(阿Q正戰)에 나오는 정신승리법은, 주인공 아큐가 마을에서 가장 학대받고 모멸받는 하층민이면서도 그는 정신승리법으로 자신이 승자라고 여기는 걸 말한다.
진이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연구원도 "차이 총통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등 이전 대만 지도자들과 비교해 미국 방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만나는 미국 관료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교류의 수준 역시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진 연구원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 원칙이 깨진다면 중국이 힘으로 대만을 재통합하는 것을 허락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야밍(吳亞明) 인민일보 선임기자는 "중국과 미국은 현재 공동 이익은 늘리고, 이견은 좁혀 나가고 있고, 대만 문제가 이전보다는 무게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은 차이 총통의 작은 속임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차이 총통은 28일(현지시간)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하와이를 경유해 마셜제도, 투발루, 솔로몬 등 남태평양 수교국을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하와이에 이틀간 머물면서 진주만에 있는 미국 해군 전함기념관을 방문하고 미국 측 정계인사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또 하와이에 있는 싱크탱크인 동서센터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공통인식이자 중국이 대만의 대외교류 문제를 처리하는 데 견지하는 원칙"이라며 "이미 미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이 총통은 올해 1월에도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고 돌아오면서 미국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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